어려운 길을 향하는 마음[내가 만난 명문장/윤덕원]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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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꾸는 것보다 망치는 것이 쉽다. 망치는 것은 한순간에 해버릴 수 있다.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쉽다. 쓰는 것보다 쓰지 않는 것이 쉽다. 돈은 그 반대다. 물건도 그렇다. 사지 않는 것보다 사는 것이 차라리 쉽다. 어렵게 살기 싫지만 어려워야 하는 이유다. 어려워야 한다.”

―유진목 ‘재능이란 뭘까?’


윤덕원 가수(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저자
윤덕원 가수(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저자
쉬운 길이 눈앞에 있음에도 어려운 길을 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매번 어느 정도까지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나로서는 쉽게 짐작할 수 없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도 그 근거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주 길고 복잡한 말로 설명을 하거나 아니라면 “그냥 하는 거지, 무슨 이유가 있겠냐”는 답을 듣게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볼 따름이다.

때로는 그런 마음조차 일종의 재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망설임 없이 어려움을 택하는 이들이 쌓아 놓은 것에 빚지고 있는 나는 그 빚을 더 늘리지 않는 정도로는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일을 할 필요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으로 계산기를 돌리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런 태도가 창작자로서 좋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길고 오랜 시간에 걸쳐 모래성을 쌓고 있는 기분이다. 시작할 때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더 쌓으려면 그렇지 않아도 곧 무너질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물때가 되어가는지 해안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데 이 어려움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고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면, 그래도 나에게도 약간의 재능이 허락된 것일까?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다. 해가 지고 나면 발의 모래를 잘 털어내고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재능#어려움#선택#창작#효율성#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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