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위기와 히틀러[임용한의 전쟁사]〈367〉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6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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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소련 침공은 참사로 끝났다. 패주하는 독일군을 추격해서 마침내 소련군이 독일 영토로 진입했다. 소련 병사들이 목격한 독일 농촌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마을은 깔끔하게 구획돼 있고, 도로는 포장돼 있으며, 기반 시설은 잘 갖춰져 있었다. 가옥은 구조에서 훌륭하고 마당에 과일나무를 심은 집들도 많았다. 소련 병사들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훌륭한 곳을 놔두고 왜 우리나라를 침공한 거야.”

당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이 훌륭한 나라가 왜 히틀러를 선택했을까라고 의아해했다. 독일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는 조건으로 거론되는 두꺼운 중산층, 합리적인 사회, 지방 분권, 유럽 최고의 평균 교육 수준과 낮은 문맹률을 갖춘 나라였다.

현대 민주주의 체제를 탄생시킨 요인은 직업과 사회의 다양성, 개인의 욕망 실현을 위한 자유의 보장이었다. 그것은 성장 욕구를 키워주는 동시에 불안감을 준다. 중산층은 안정된 계층 같지만 실은 대단히 불안정한 계층이다. 풍족한 삶을 이룬 듯하지만, 부자들처럼 충분하지도 않다. 급격한 경기 변동이나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재산은 집 한 채와 소득이 없다면 1년을 버티기도 힘든 약간의 예금이 전부다. 직업은 너무 다양해서 공동의 이익을 찾기도 어렵다. 중산층 전체를 위한 정책을 찾아낸대도 부자에겐 힘과 특권에서 밀리고, 노동자에겐 투쟁력에서 밀린다.

막연해진 소망을 안고 그들은 국가에 기댄다. 선동가들은 노동자를 위해선 임금 인상, 부자 증세 등 명료한 구호를 내세우는 반면 중산층엔 장밋빛 향기만 나는 모호한 가치를 들이댄다. 강력한 힘을 주면 복잡한 중산층의 문제를 쾌도난마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덧붙인다. 히틀러는 그렇게 집권했고, 단기적인 성공과 궁극적인 파멸을 독일 국민에게 안겨줬다.

#나치#아돌프 히틀러#중산층#민주주의#경제 불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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