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운명[임용한의 전쟁사]〈372〉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30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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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0년대 역졸(驛卒) 출신으로 반란군이 된 이자성은 명군의 집요한 추격을 받아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자성이 관원들을 매수하기도 하고, 이미 세력을 잃었는데 굳이 죽일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관용에 힘입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명나라는 이 관용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청의 침공으로 명의 군대가 모두 동쪽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이자성은 서쪽 변경에서 대군을 모았고, 무인지경의 명나라를 횡단해서 북경을 함락시켰다. 이와 반대로 끝장을 보겠다고 가혹하게 몰아붙이다가 더 큰 반발만 일으켜 해가 된 사례도 적지 않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는 게 좋을까? 아니면 적당히 하고 관용과 타협으로 상생을 도모하는 게 좋을까? 어느 쪽이 옳을지 정답은 없다.

이란을 향한 미국의 대공세가 어정쩡하게 끝났다. 미국은 핵시설을 파괴했지만 완벽하게 제거하지는 못했다. 농축우라늄도 일부는 옮긴 게 맞을 것이다. 애초에 완벽한 제거란 있을 수가 없다. 핵물리학자가 살해됐지만 인재는 키우면 되고 시설은 지으면 된다. 우라늄은 지구상에 계속 존재한다. 미국으로서는 전쟁을 길게 끌기보다는 일단 당장의 급한 불을 끈 상태에서 이 분쟁을 종결시키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차후의 시설 재건과 핵무기 제조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미국의 첩보 능력으로 탐지할 수 있다고 여겼으리라.

이란 지도층을 제거해도 이란을 직접 지배할 수는 없다.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실패가 교훈이다. 핵은 제거하고 감시하되 이란에 타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이란 내부의 점진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이제 이란의 변화는 이란 국민에게 달렸다. 전쟁을 계기로 더 결속하고 지금의 사회와 정책을 고수할 것인지, 변화와 타협의 길을 모색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자성#이란#미국#우라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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