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의 궁수가 하늘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오른쪽 무릎을 굽히고 왼 다리는 높이 솟은 바위까지 들어 올린 채 무게 중심을 잡고 있다. 온몸에 힘을 주고 정신을 집중해 활시위를 당기는 중이다. 도대체 남자는 무엇을 맞히기 위해 저토록 사력을 다하고 있는 걸까?
이 유명한 조각상은 앙투안 부르델의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1909∼1923·사진)다. 부르델은 로댕의 제자로 1900년까지 스승의 작업실에서 15년간 함께 일하며 영향을 받았다. 이 작품은 금융업자 가브리엘 토마의 의뢰로 1909년에 처음 제작된 후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헤라클레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 그는 헤라 여신이 보낸 광기에 사로잡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죽인다. 그 죄를 씻기 위해 미케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에게서 거의 불가능한 열두 가지 과업을 명령받는데, 그중 여섯 번째가 아르카디아에 있는 스팀팔리아 호수의 괴물 새들을 처치하는 것이었다. 깃털이 금속처럼 날카로워 날아다니며 사람이나 짐승을 공격하는 치명적인 괴물 새였다.
부르델은 헤라클레스가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들을 향해 화살을 쏘는 장면을 묘사했다. 조각의 모델은 실제로도 근육질 몸을 가진 군인이다. 자세히 보면 궁수의 얼굴은 고통과 인내가 섞여 일그러진 표정이다. 영웅의 물리적 힘뿐 아니라 정신적 고투도 함께 표현하려 했기 때문이다. 인체의 운동감과 함께 인물의 내면까지 드러낸 이 조각은 표현주의 조각의 선구적 사례가 되었다.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묘사되지 않은 새를 감상자가 상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헤라클레스가 겨냥한 새들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문명을 위협하는 폭력과 야만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 괴물 새들을 제압해 세상의 질서와 평화를 되찾은 영웅. 부르델이 표현하고자 한 헤라클레스의 모습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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