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난 사람]“익산 고구마-창녕 마늘 버거로 재탄생… K농산물 수출 플랫폼 될 것”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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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 프로젝트 주역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
매년 1개 지방 식재료 활용 버거 출시… 다음달 아시아 10개국 임원들에게 소개
“한국맥도날드는 한국 기업이라고 생각”… 기업이 여러 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2025 에이팜쇼에서 맥도날드 부스 인기

3일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 본사에서 만난 김기원 대표는 “맥도날드는 글로벌 브랜드지만 한국맥도날드는 한국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지방의 훌륭한 식재료를 활용한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겠다”며 “이를 통해 익산 고구마, 창녕 마늘 등이 해외로 수출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일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 본사에서 만난 김기원 대표는 “맥도날드는 글로벌 브랜드지만 한국맥도날드는 한국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지방의 훌륭한 식재료를 활용한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겠다”며 “이를 통해 익산 고구마, 창녕 마늘 등이 해외로 수출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의 농촌에는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이 좋아할 훌륭한 식재료가 많습니다. 한국맥도날드가 이런 걸 발굴해 버거를 만든 겁니다. 이 과정에서 맥도날드는 현지화를, 농촌은 소득 증가라는 상생을 이뤄낸 것이죠.”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51)는 “맥도날드의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가 농촌 활성화를 통해 지방 소멸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한국맥도날드의 현지화 전략은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국내 최대 창농·귀농 박람회 ‘2025 A FARM SHOW(에이팜쇼)’에서도 주목받았다. 에이팜쇼 관람객들은 처음엔 맥도날드가 행사에 참가한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부스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난 후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국민 브랜드’가 되는 것을 꿈꾸는 김 대표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 봤다. 인터뷰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본사에서 진행됐다.》

―2025 에이팜쇼에서 한국맥도날드가 차린 부스에 관심이 많았다.


“에이팜쇼는 창농, 귀농을 전면에 내세운 행사였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농촌과의 진정성 있는 협업 사례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한국맥도날드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버거를 선보이고 있다. △창녕 갈릭 버거(2021년) △보성 녹돈 버거(2022년) △진도 대파크림 크로켓 버거(2023년)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2024년)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2025년) 등이다. 부스를 찾은 방문객들 가운데 1400여 명이 내년 협업 지역과 특산물을 제안할 정도로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성공했나.

“프로젝트 결과를 수치화해 보니 617억 원 정도 사회경제적 효과가 있었다. 농가의 실질 소득 증대 외에도 ‘익산 고구마’, ‘창녕 마늘’ 등의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가 56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기업들이 이들 농가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글로벌 본사에서도 이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조사한 수치와 별개로 조만간 본사가 영국 경제 연구소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와 공동으로 프로젝트 성과를 정교하게 다시 측정할 계획이다.”

―농촌 활성화에도 많이 기여했다는 얘기인가.

“전북 익산이 대표적이다. 익산에서는 9월 6∼7일 이틀간 ‘고구마축제’가 개최된다. 올해 최초로 열리는 행사다. 익산 고구마는 국내 고구마 유통량의 60%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브랜딩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익산 출신으로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고향이 고구마로 유명한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식으로 지역이 활성화되고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지역과 특산품은 어떻게 선정했나.

“무엇보다 식재료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 전국 각 지역에서 추천받은 식재료들을 일일이 점검했다. 한국의 거의 모든 농촌에서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다음으로 충분한 공급 능력이다. 한국맥도날드에는 하루 평균 40만 명 정도 방문한다. 재료 수급이 보통 일이 아니다. 품질과 충분한 공급 능력을 갖췄다면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협업 의지를 평가한다. 농가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또 해당 농가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협업 의지도 중요하다. ‘한국의 맛’으로 선정된 농가와 지자체들이 우리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열심히 뛰는 것을 보고 협업 의지도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라는 확신을 얻었다.”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오랜시간 마케터로 일해 온 경험이 주효했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건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가이다. 오래 기억되는 경험이 남으면 성공한 마케팅이다. 여기에 최근 한국 소비자들이 ‘가치 소비’ 경향을 보이면서 이 두 요소를 결합한 결론이 ‘한국의 맛’ 프로젝트였다.”

―현지 지역명을 제품 이름에 넣은 사례는 한국맥도날드가 유일하다고 들었다.

“익산, 창녕 등 제품에 지역명을 넣은 것은 우리가 유일하다. ‘현지화’는 전 세계 맥도날드가 공유하는 중요한 전략적 방향이다. 한국맥도날드는 다른 외국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자율성을 갖고 현지화 노력을 줄곧 펼쳐 왔고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한국의 맛’ 프로젝트다.”

―‘한국의 맛’이 다른 나라로 수출될 수도 있나.

“최근 ‘한국의 맛’ 프로젝트가 널리 알려지면서 중국·싱가포르·홍콩 등의 국가에서 레시피를 요청하고 있다. 과거에도 우리가 개발한 불고기버거, 김치버거 레시피가 해외로 수출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번 요청은 더 광범위하고 더 적극적이다. 최근 글로벌에서 ‘K컬처’ ‘K푸드’ 열풍이 불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음 달 아시아 10여 개국 맥도날드 임원들이 한국에 모인다. 이때 ‘한국의 맛’ 제품을 시식할 예정이다. 임원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면 수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익산 고구마, 창녕 마늘이 맥도날드라는 버거 플랫폼을 이용해 해외로 수출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내게 된다.”

―한국맥도날드의 수익도 늘어났나.

“구체적인 수치를 말할 순 없지만 ‘한국의 맛’ 버거가 잘 팔리는 것은 분명하다. 과거에는 전체 판매량에서 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였다. 그런데 ‘한국의 맛’ 버거는 두 배인 20% 정도다. 매출이나 수익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건 한국맥도날드 직원들의 자부심과 성취감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점이다. 회사 분위기가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

―직원들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일하는 보람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열심히 일할수록 한국 농촌이 잘살게 되고, 지역 소멸도 막을 수 있으니 뿌듯해지는 것이다. 한국맥도날드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직원들은 한국 기업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대표인 나부터도 한국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올해 초 산불 피해 지역과 여름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 자원봉사자, 군 장병, 이재민 등을 위해 ‘행복의버거’와 ‘맥카페’를 지원했다. 다른 경쟁사들은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대표로서 내 꿈은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 맥도날드를 ‘국민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다른 외국기업과 달리 한국맥도날드는 왜 사회공헌활동을 더 많이 하는가.

“물건을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것은 기업이라면 다 하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가 속한 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맥도날드는 글로벌 전체에서 브랜드 목표로 ‘고객에게 기분 좋은 순간(Feel Good Moment)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본적으로 훌륭한 먹거리를 통해 기분 좋은 순간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한국맥도날드가 가진 브랜드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고객을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한국맥도날드의 다른 사회공헌활동도 소개해 달라.

“한국맥도날드는 어린이 환자 가족들이 병원 옆에서 지내며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RMHC)’를 확대하고 있다. 또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곳에 ‘행복의 버거’를 보내는 활동을 13년째 꾸준히 이어 가고 있다.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 등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활동, 아시아국가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매년 5월 패밀리 캠페인을 하면서 ‘해피 워크’라는 고객 참여 행사도 한다. 걷는 만큼 기부로 이어지는 행사다.”

―채용 규모도 상당히 큰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의 채용은 그 자체로 일종의 사회공헌이다. 일자리가 가장 좋은 복지인 셈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전체 400여 개 매장 가운데 80%가 직영으로 운영된다. 직원만 1만8000여 명이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 외식 브랜드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일 것이다. 한국맥도날드는 대졸 신규 직원뿐만 아니라 시니어, 경력 전환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채용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맛’을 통해서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한국에 이렇게 훌륭한 특산품이 많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 맥도날드는 100여 개국에 진출해 있고 매장 수가 4만2000개가 넘는다. 그만큼 기회가 충분히 있다. 지금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10년 이상 이어갈 수 있다면 이 프로젝트를 거쳐 간 지역들로 일종의 ‘맥도날드 특산품 지도’가 탄생할 수 있을것 같다. 이러한 꾸준한 움직임이 농가의 활력과 지역의 발전, 더좋은 메뉴 개발로 인한 소비자들의 만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51)

△1974년 서울 출생
△1993년 미국 조지타운대 수학과
△2000∼2010년 피앤지 마케팅 부장
△2011∼2013년 SBS 미디어 홀딩스 차장
△2013∼2020년 코카콜라 마케팅 이사
△2020∼2022년 한국맥도날드 마케팅 상무
△2022년 5월∼현재 한국맥도날드 대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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