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의 인생홈런]LG 우승 이끈 조상현 “반려견 ‘조던’ 있었기에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1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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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 프로농구 LG 감독이 반려견 조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상현 감독 제공
이헌재 스포츠부장
이헌재 스포츠부장
스트레스는 프로스포츠 감독의 숙명이다. 경기에서 지는 날은 당연히 스트레스가 크다. 이긴 날도 강도만 덜할 뿐 스트레스가 작지 않다.

지난 시즌 조상현 프로농구 LG 감독(49)도 예외가 아니었다. 의욕적으로 2024∼2025시즌을 시작했지만 팀은 시즌 초반 8연패의 늪에 빠졌다. 양준석, 유기상 등 젊은 피의 분전으로 반전에 성공해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지만 더 큰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SK와 치른 7전 4승제의 챔프전에서 처음 3경기를 이겼지만 이후 내리 3경기를 내주며 사상 첫 리버스 스윕의 위기에 빠졌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LG는 최종 7차전에서 승리하며 1997년 창단 후 28년 만에 첫 우승을 거뒀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코트 위에서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이후 라커룸에 들어가서도 울었고, 혼자 남은 감독실에서도 울었다. 기쁨의 눈물인 동시에 그간의 마음고생을 씻어내는 눈물이었다.

스트레스로 가득한 승부의 세계에서 조 감독이 키우는 반려견 ‘조던(3)’은 큰 위안이 됐다. 조던은 코커스패니얼종 유기견의 새끼 중 한 마리였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농구 황제’로 군림했던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땄다.

연고지인 경남 창원에 주로 머무는 조 감독은 서울 집에 올라올 때만 조던을 만난다. 조 감독은 “마치 아들 같다. (조)던이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스트레스 제로다. 이긴 날이건 진 날이건 언제든 반겨준다. 삶의 원동력 같은 존재다”라고 했다.

긴 시즌을 끝낸 후 조 감독은 조던과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경기 파주나 양주 등 강아지 운동장이 있는 곳에 조던을 데리고 가 함께 놀았다. 강아지 출입이 가능한 펜션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뜨거운 날씨를 피해 저녁에는 서울 남산으로, 월드컵공원으로 산책도 다녔다. 조 감독은 “조던이 우리 집에 온 후 내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 비시즌에는 술 약속, 저녁 약속을 많이 잡았다. 하지만 요즘은 조던과 함께하기 위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웃었다. 그는 “유기견이라서 그런지 사람을 무서워하고 다른 강아지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편”이라며 “그래서 더욱 함께 있어 주려고 한다”고 했다.

조 감독의 또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은 운동이다. 은퇴 후에도 몸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는 조 감독은 시즌 때는 오전 6시 전에 일어나 두 시간가량 운동을 한 후 체육관으로 출근한다. 자전거 등 유산소 운동 1시간, 근력 운동을 1시간 한다. 조 감독은 “하루 24시간 중 두 시간은 내 몸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에 좋지도 않은 술은 몇 시간이고 앉아서 마시지 않나.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인 것 같다”고 했다.

선수 시절부터 ‘바른 생활’ 사나이였던 그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도자로서도 성공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는 선수, 코치, 지도자로 모두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세 번째 인물이다. 조 감독은 “코트에 있는 게 가장 즐겁지만 감독이란 자리 또한 영원할 수 없다”며 “어디에 있건 농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먼 미래에는 유소년들을 지도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상현#LG농구팀#스트레스#반려견 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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