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 따라 인간 생체리듬 달라져… 각 방향 窓도 집 감성-기능 조절
생동감에도 여름철 더운 남향 창… 북향 창은 산란광 받아 균일한 빛
서향 창은 오후 빛 들여 안정감 줘… 채광 외 삶의 리듬도 살펴 창 배치
《빛을 고려한 창 설계의 중요성
무더운 여름이 되면, 멋진 풍경과 빛을 집으로 들이던 커다란 창이 갑자기 원망의 대상이 된다. 한국에서 집을 지을 때 환경적 요소 중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단연코 집의 배치를 남향으로 하는 것이다. 아파트 설계에서도 가장 고려되는 것이 남향이고 아파트 가격에도 향(向)은 큰 영향을 끼친다.》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남쪽 창은 직사광선이 가장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무엇보다 집을 따뜻하게 해준다. 또 해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움직이면서 빛의 방향 변화를 가장 많이 일으켜 집의 표정을 풍부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서는 남향집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향집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열기와 냉기의 전달을 줄이는 복층유리나 삼중유리와 함께 태양고도를 감안한 처마나 차양이 필수적이다. 블라인드는 내부에 설치하는 것보다 외부에 설치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에서는 훨씬 더 효과적이다. 또한 내부 커튼이나 덧창을 달아서 겨울철 밤 냉기를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생명은 하루 주기로 변화는 생체 리듬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일주기 리듬’이라고 한다. 붉은색 태양이 떠오르는 일출부터 직시광선으로 가장 태양빛이 강한 점심을 거쳐 다시 붉은 노을이 지는 일몰을 지나 어둠이 깊어지는 밤까지 빛의 변화는 생체 리듬에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도시인들은 대부분 낮에는 태양빛이 부족한 실내에서 일하고, 충분히 어두워야 할 밤에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밝은 조명 아래에서 생활한다. 스마트폰이나 모니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가시광선 중 가장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다. 이 때문에 장시간 노출되면 몸이 각성된 상태가 되고 이것은 수면 방해의 원인이 된다.
밝고 역동적인 빛의 변화를 선물하는 남향 창. 김동규 사진작가 제공일주기 리듬이 필요한 대상은 사람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집 역시 그렇다. 아침 햇살을 받아들이는 동쪽 창은 우리에게 아침을 맞이할 활력을 준다. 남쪽 창은 낮 동안 밝고 환한 집을 만들고, 오후 붉고 따뜻한 빛깔의 서쪽 창은 붉은빛 파장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편안한 심리 상태를 만들어 준다. 향을 고려한 창과 밤이 되면 충분히 어두운 공간, 그리고 주변 소음이 차단되는 환경은 우리의 몸과 심리적 건강에 직결된다.
그렇다면 집에서 북쪽 창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수년 전 창과 관련된 흥미로운 다가구주택을 설계한 적이 있다. 집을 지을 부지는 도로에 면한 3m 폭의 좁은 부지를 지나야 안쪽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주둥이 폭이 넓은 자루 형태의 터로, 대지 주변으로는 4, 5층 규모의 건물 5개가 동서남북 사방을 다 막고 있었다.
집도 사람처럼 하루를 주기로 변하는 생체 리듬을 가지고 있다. 창은 이 하루라는 시간을 집과 관계 맺도록 하는 장치다. 거실에 북향으로 낸 채광창으로, 균일하고 온화한 빛을 들인다. 김동규 사진작가 제공이 집을 설계하면서 채광이 좋지 않아 어둡고 답답한 집이 될 수 있겠다는 우려가 가장 컸고, 동시에 이를 해결하는 것이 설계의 핵심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건물 크기도 가로 10m, 세로 8m 정도로 좁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가구에서 가능하면 8m나 10m 길이를 한눈에 내다볼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트인 통로를 계획하는 일을 설계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남쪽에 면한 집은 이 집과 너무 가까워서 채광창을 만들기 불리했다. 그래서 집 사이의 이격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북쪽으로 채광창을 냈다. 이것이 이 다가구주택의 핵심이었다.
태양빛은 지구에 두 가지 형태로 들어오게 된다. 하나는 직사광선이다. 건물 전면에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으로 직사광선이다. 다른 하나는 태양빛이 대기의 수증기나 먼지에 산란되거나 반사돼 들어오는 천공광(skylight)이다. 건물 뒤가 어느 정도 환한 이유가 이 천공광 때문이다. 하늘이 푸른 것이 대기의 먼지나 수증기가 태양빛을 산란하기 때문이라면, 반대로 우주가 어두운 이유는 산란할 대기가 없기 때문이다.
직사광선이 닿으면 사물은 흰색에 가깝게 보이지만, 천공광은 사물이 가진 색을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한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에서 강남을 보는 것보다 강남에서 강북을 바라볼 때 풍경이 더 선명해지는 이유다. 업무 환경도 북향이 남향보다 양호하고, 미술관에서 자연광이 들어오게 할 때는 반사 빛을 들어오게 하거나 북쪽에 창을 두는 방식을 이용한다.
북쪽으로 낸 긴 창은 이 집에 균일하고 온화한 빛을 들여 남향집보다 더 쾌적한 빛 환경을 만들어 냈다. 이 집 2층과 3층 일부는 건물에서 돌출돼 서쪽으로 창을 낼 수 있었다. 서쪽 창은 아침에는 부드러운 천공광이 들어오고, 오후에는 붉고 따뜻한 빛깔의 직사광선이 집 안 깊숙이 들어오게 된다. 북쪽 창이 선명하고 부드러운 빛을 준다면 서쪽 창은 붉고 따듯하고 깊은 빛을 만들었다.
아침과 오후 표정을 다르게 하는 서향 창. 김동규 사진작가 제공참고로 서쪽으로 빛이 비치는 소재의 커튼이나 식물을 두면 오후 깊은 그림자의 변화로 집을 멋지게 만들 수 있다. 계단이 있는 남쪽에는 계단참에 창을 둬 해가 있는 동안 밝고 역동적인 빛의 변화가 느껴지도록 했다. 집이 지어진 뒤 한 거주자로부터 “이 집은 ‘빛 맛집’”이라는 후한 평가를 들었다. 창은 하루의 시간을 집과 관계 맺도록 하는 장치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살펴보고 창의 배치를 생각해 본다면 좀 더 건강한 집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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