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9월 19, 20일 열린 게임문화 축제 ‘GXG(Game culture X Generation) 2025’에 다녀왔다. 스타트업이 밀집한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진행된 이 도심형 축제는 올해로 세 번째를 맞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곳곳에서 활기와 열정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젠레스 존 제로’의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는 호사를 누려 즐거움이 두 배였다.
행사장을 둘러보며 게임 주인공을 코스프레(코스튬플레이)한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69개 인디 게임이 보여준 잠재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많은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이 전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특히 대학생 6명이 제작한 방 탈출 추리 어드벤처 게임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탄탄한 구성으로 눈에 띄었다. 기획을 맡은 경영학 전공의 4학년 학생은 “졸업 후 반드시 게임업계에 뛰어들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약 23조 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고, 2024년에는 25조 원을 돌파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이뤄지는 게임은 e스포츠와 형제다. 전통적 게임은 재미를 본질로 하는 놀이(play)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테크놀로지가 결합해 모바일·PC·콘솔 게임으로 확장됐고, 경쟁 요소가 제도화되며 스포츠적 성격이 강화된 것이 바로 e스포츠다. 한국e스포츠학회도 올해부터 관련 논문을 학술지에 싣기 시작했다. 이제는 게임, e스포츠, 스포츠를 분절된 개념이 아닌 연속선상에서 이해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졌다.
물론 게임과 e스포츠에 ‘신체성’, 즉 신체 활동적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 삼는 시선은 여전하다. 그러나 바둑이 일찌감치 스포츠로 인정받았고, e스포츠 역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머지않아 올림픽 무대에도 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고도의 집중력, 지구력, 정밀한 신체 통제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보다 확장된 ‘신체성 스펙트럼’을 적용해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해야 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사격이나 양궁처럼 활동성은 제한적이지만 신체 능력이 결과에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할 만하다.
국내에서는 2015년 전후로 대학이 e스포츠 교양과목을 개설하기 시작했고, 이후 게임 관련 학과와 전공이 생겨났다. 현재는 프로구단과 연계한 민간 아카데미, 2년제 정규 교육 과정, 4년제 대학 전공이 자리를 잡았고, 석박사 연구도 활발하다. 미국 역시 여러 대학이 e스포츠 실적이나 경력을 평가해 입학 특전과 장학금을 제공한다. 캘리포니아, 인디애나, 일리노이, 텍사스, 미주리, 하와이 등 많은 주에서 이미 대학 운동부로 인정받고 있다.
게임과 e스포츠는 한때 중독·도박의 그늘과 연결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문화·산업·교육을 아우르는 긍정적 가능성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GXG 2025가 보여준 현장도 단순한 게임 전시가 아니라 세대와 산업, 학문과 스포츠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문화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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