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시리즈 중 최고 완성도를 가진 ‘범죄도시’(2017년)는 1000만 관객을 넘었을까?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이승재 영화평론가·동아이지에듀 상무한국 영화가 위기예요.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영화 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81% 늘릴 계획이지만, 젊고 유능한 영화감독들이 스크린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빠져나가는 시대 흐름을 막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의대 간다는 애들을 ‘국가의 미래’ 운운하며 억지로 공대 가도록 할 순 없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어요. 1000만 관객을 넘은 전설적 한국 영화들을 되새기며 한국 영화에 대한 사랑을 재차 미친 수준으로 불태워 보자는 취지에서 퀴즈를 내볼게요. 다음 여덟 문제를 모두 맞히신 분께는 커피 쿠폰 같은 걸 일절 드리지 않으니, 그냥 스스로 크게 만족하시면 되겠어요. 선택지 수는 제 맘대로 네 개 또는 다섯 개예요.
문제1. 다음 중 1000만 관객을 넘은 한국 영화가 아닌 것은? ①왕의 남자 ②베테랑 ③서울의 봄 ④뜸부기 새벽에 날다
문제2. 다음 중 1000만 관객을 넘은 한국 영화가 아닌 것은? ①범죄도시1 ②범죄도시2 ③범죄도시3 ④범죄도시4
문제3. ‘범죄도시’ 시리즈의 명대사 중 1편에 나오는 대사가 아닌 것은? ①니 내 누군지 아니 ②어. 싱글이야 ③진실의 방으로 ④형은 다 알 수가 있어
문제4. 1000만 영화를 연출한 다음 감독 중 한 번도 망한 적이 없는 흥행 귀재는? ①봉준호 ②최동훈 ③윤제균 ④김용화
문제5. 1000만 관객을 넘은 첫 사극인 ‘왕의 남자’에 나오는 명대사가 아닌 것은? ①줄 위는 반 허공이야. 하늘도 땅도 아닌 반 허공 ②귤 까주는 건 정이고 새우 까주는 건 사랑이래 ③징한 놈의 이 세상, 한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뿐 ④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
문제6. 다음 중 주·조연을 막론하고 1000만 영화에 최다 출연한 배우는? ①황정민 ②오달수 ③류승룡 ④마동석 ⑤송강호
문제7. ‘신과함께’는 1편 ‘죄와 벌’(2017년)과 2편 ‘인과 연’(2018년)이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넘는 신기원을 이뤘습니다. ‘인과 연’에 출연한 다음 배우 중 주연이 아닌 배우는 누구일까? ①이정재 ②하정우 ③주지훈 ④김동욱
문제8. 1000만 영화들의 메인 포스터 중 제목 글씨에 쓰인 색깔로 두 번째로 많은 색은? ①검은색 ②흰색 ③노란색 ④파란색
참 쉽죠? 그럼 문제 풀이 들어갈게요.
문제1의 정답은 당연히 ④. 자신감 듬뿍 가지시라고 첫 문제는 어이 상실 수준으로 쉽게 냈어요. 제5공화국 때인 1984년 추석을 맞아 ‘푸른극장’에서 개봉해 6만 명 가까운 관객을 끌어들인 (당시로선) 흥행작 ‘뜸부기 새벽에 날다’는 리즈 시절의 원미경이 출연한 영화이지 조류 다큐멘터리가 아니에요. 1970년 늦가을 새벽 간이역에서 미모의 윤락녀가 숨진 채 발견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그녀의 과거를 형사가 좇는 과정에서 6·25전쟁의 상흔을 끄집어내는 한편, 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고발하지요.
제목부터 돌아버릴 정도로 끌린다고요? 김성종 소설 ‘어느 창녀의 죽음’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인데, ‘초우’(1966년)로 유명한 정진우 감독이 1981년 내놓은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와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같은 일명 ‘새 시리즈’가 잇따라 흥행한 분위기를 타고 ‘뜸부기’를 제목에 등장시켰어요. 새에 이어, 1980·90년대를 풍미한 청불 영화 중엔 농·임산물을 제목으로 가져온 트렌드도 무시 못 해요. ‘감자’, ‘뽕’, 그리고 ‘산딸기’ 시리즈가 그것이죠. 특히 ‘애마부인’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면서 당시 재수생들이 삼수하도록 만들었다는 ‘산딸기’는 스웨덴의 전설적 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사색적인 1957년작 ‘산딸기’와는 분위기나 수위나 예술성이 아주 많이 달라요.
자, 문제2는 허접해 보이지만, 나름 문제1의 심화 단계예요. 정답은 ①. 지금껏 나온 범죄도시 시리즈 네 편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진 1편은 놀랍게도 1000만에 못 미치는 688만 관객을 기록했어요. 이유는 나머지 2∼4편의 관람 등급이 ‘15세 이상’인 반면, 1편만 ‘청불’이기 때문이죠. 재미있다고 해서, 완성도가 높다고 해서, 송강호가 출연한다고 해서 1000만을 넘는 건 아니에요. 지금껏 청불 영화 중 1000만을 넘은 경우는 없죠. 아시겠죠? 1000만 신화를 만드는 핵심 관객층은 바로 어른이 아니라, 부모 돈으로 영화 보는 질풍노도의 ‘급식충’이란 사실이죠.
앗. 겨우 두 문제 해설했는데, 분량이 다 찼네요. 개꿀! 나머지 해설은 ‘무비홀릭’ 다음 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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