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진 경남대 서울캠퍼스 부총장이 서울 종로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에서 머리 밴드에 연결된 펀치볼에 주먹을 날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생활화한 그는 대학 시절부터 권투 등 격투기를 즐겼고, 지금은 달리기와 격투기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박정진 경남대 서울캠퍼스 부총장(47·정치학)은 어릴 때부터 몸 쓰는 것을 좋아했다. 태권도 단증을 4단까지 땄다. 대학 시절부터 권투 등 격투기를 즐겼다. 미국 유학할 때는 주짓수와 레슬링을 접했다. 요즘도 달리기와 격투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고민거리가 있거나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열심히 땀을 흘린다.
“대학 때 형(박정민 북한대학원대 교수)이 종합격투기 UFC 1회 대회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왔어요. 정말 짜릿했죠. 그땐 룰이 없이 싸웠거든요. 어떻게 원초적으로 저렇게 치열하게 싸울 수 있을까. 충격적이었죠. 그러면서도 묘하게 빠져들었어요. 형하고 비디오를 보면서 함께 기술 훈련을 하기도 했죠. 그때 권투를 시작했어요. 권투라도 해야 나중에 다른 격투기를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권투를 했더니 체력이 좋아졌다. 줄넘기와 섀도복싱만으로도 체력을 키울 수 있었다. 거의 매일 운동했고, 하루 최대 6시간 한 적도 있다. 그는 “학군사관후보생(ROTC) 시절 체력이 약한 편이었는데 권투로 다져져 현역 복무를 쉽게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군대에서도 시간이 날 땐 운동을 했다.
미국 유학 시절이던 2005년엔 다른 격투기를 만났다. 뉴저지에서 살았는데 브라질 친구들하고 어울리면서 주짓수와 레슬링을 배웠다. 박 부총장은 대신 권투를 알려줬다. 그는 “말은 잘 안 통했지만 땀 흘리면서 친해졌다”고 회상했다. 박 교수는 UFC 하부리그인 보독파이트 고위 인사와도 인연을 맺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격투기 얘기를 많이 했고, 그분이 티켓을 구해줘 경기도 많이 봤다”고 했다. 선수들과 훈련도 함께 했다.
박 부총장은 UFC 관계자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갔고, 한국에 돌아온 뒤 ‘에이스’ 임현규(40)와 인연을 맺었다. 박 부총장은 임현규를 후원하기도 했다. 임현규는 지금은 경남 마산시 경남대 앞에서 ‘짐 에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박 부총장도 가끔 들러 임현규의 지도를 받으며 운동한다.
30대 초반 연구에 집중하면서는 달리기를 병행하며 건강을 다졌다. “짧은 시간에 최고의 효과를 내기엔 달리기가 최고”라고 했다. 요즘은 격투기보다 달리기에 더 빠져 있다. 그는 “격투기는 개인 훈련을 할 수도 있지만 파트너가 있어야 더 재밌다. 그런데 지인들과 함께 운동하던 체육관들이 사라져 만날 기회가 줄었다. 그래서 달린다”고 했다.
박 부총장은 지난해부터는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55)의 리어풋(뒤꿈치) 착지법에 매료돼 달리고 있다. 그는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뒤꿈치부터 대고 천천히 바른 자세로 달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3km만 달려도 힘들었는데 리어풋으로 달리면서 9∼10km도 쉽게 달리고 있다. 그는 “이젠 권투 같은 격투기를 할 때도 뒤꿈치를 대고 스텝을 밟는다. 힘이 덜 들면서도 펀치나 니킥(무릎차기)을 날릴 때 파워를 더 낼 수 있다”고 했다.
박 부총장은 운동 유전자(DNA)를 타고났다. 외할아버지가 경희대 체육학장을 지낸 고 김명복 박사로 그의 이름을 딴 ‘김명복배 권투 대회’가 있었다. 외할머니는 체조 선수였다. 아버지 박재규 경남대 총장(81)도 검도와 유도를 즐겼다. 그의 형은 러시아에서 유학할 때 삼보 러시아 챔피언까지 했다. 러시아 출신 유명 격투기 선수였던 표도르 예멜리야넨코(49)와도 친분이 있다.
박 부총장은 강의와 연구를 위해 서울과 마산을 오가면서도 운동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머리에 줄을 매고 공을 치는 펀치볼을 사무실에 비치하고 있다. 몸이 찌뿌드드할 땐 어김없이 펀치볼을 친다. 그는 “공은 작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고, 짧은 시간에 상당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부총장은 주 3일 이상 매일 2시간 넘게 운동하는 루틴을 지키고 있다. 30분 스트레칭 체조에 이은 1시간 30분 달리기. 격투기는 틈틈이 기회 있을 때 한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정해 놓고 운동합니다. 어려서부터 힘들 때 몸을 쓰면 모든 것을 잊고 집중할 수 있었죠. 제 의지가 꺾일 것 같을 때도 격렬하게 운동합니다. 그럼 투지가 생겨요. 그리고 체력이 강할 때 그 무엇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죠. 몸이 건강하면 아파도 바로 낫죠. 저는 평생 이것을 체득하면서 살았어요. 운동은 제 삶의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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