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학생, 학부모 사이에 감춰진 갈등이 아슬아슬하다. 선생은 충효 정신부터 성실한 처신까지 유가의 덕목을 잘 실천하라 가르친다. 하나 선생의 열정에 비해 학생은 시큰둥하다. 갈데없는 잔소리라 여기고 귓등으로 흘렸나 보다. 결국엔 ‘글 모르는’ 학생이 되고 만다. 이 불협화음을 부모는 어떻게 바라볼까. 일언지하에 그걸 ‘선생 탓’이라 단정한다. 시제를 ‘선생을 조롱하다’라 붙였으니 자식을 원망하기보다 선생에게 불만을 늘어놓은 모양새다.
마지막 시구를 ‘글 모르는 게 다 걔 탓’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도리상 부모가 까닭 없이 선생을 매도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원문의 대명사 ‘他(다를 타)’가 그 사람(선생)인지 그 아이(자식)인지가 애매해서 생긴 문제다. 유학자로서 시인은 애먼 선생을 타박하는 사회 풍조를 풍자하려 이런 제목을 달지 않았을까. ‘보천악’은 원대의 운문인 산곡(散曲)의 곡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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