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 꺼진’ 제조업… 팬데믹도 아닌데 전력 사용 2년 연속 감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0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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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의 한 철물제조업체. 로봇용접기가 수요 물량이 적어 가동이 멈춰 있다. 담당:경제부 정순구 기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작년과 재작년 한국의 산업용 전력 판매량이 2년 연속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때를 제외하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제품과의 글로벌 경쟁 격화, 내수 위축이 겹치면서 한국의 제조업이 극심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신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수출 악화가 예정된 가운데, 전기차용 배터리 등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기대됐던 산업들마저 바닥 모를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3, 2024년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각각 전년 대비 1.9%, 1.5% 뒷걸음질 쳤다. 대표적 실물지표인 전력 판매량이 계속 준다는 건 제조업 생산 활동의 위축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 2009년에도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증가했다. 세계 6위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철강·석유화학·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수출산업 대부분이 전력 다소비 업종이다. 산업용 전기요금까지 최근 2년간 70%나 오르자 일감이 줄어든 제조업체들은 공장의 불을 끄고, 기계를 세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산 제품의 덤핑 공세로 피해를 본 국내 철강, 석유화학 기업들은 조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공장을 멈추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부턴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로 관련 중견·중소기업의 생산까지 급격히 위축됐다. 올해 1분기 전력 판매도 작년 동기 대비 3.6% 줄면서 사상 처음 3년 연속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설상가상으로 제조업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 분야의 전망은 악화 일로다. 중국을 뺀 나머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2차전지 기업들의 3월 점유율은 40.3%로 42%인 중국에 추월당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타격을 받아 적자를 내고 있는 우리 배터리 기업들이 빚을 내 버티는 반면, 세계 1위인 중국 CATL은 탄탄한 자국 수요를 바탕으로 흑자를 내고, 자본까지 대폭 확충해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침체된 내수가 경제성장률을 깎아먹는 가운데, 수출 제조업은 우리 경제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유일한 성장 동력이다. 제조업 기반이 약화하면서 1990년대에 20%를 웃돌던 일자리 중 제조업 취업자 비중까지 15.5%로 감소했다.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분야에선 인수합병(M&A)을 통한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되, 반드시 지키고 키워야 할 산업은 눈앞의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 전기요금 조정 등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산업용 전력#제조업 침체#전기차 배터리#수출 악화#전력 판매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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