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모닝 즐기고 직접 운전하는 ‘가치투자의 전설’, 버핏[이준일의 세상을 바꾼 금융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6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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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워런 버핏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미국 지도를 가로세로로 나눠 중심을 짚으면 네브래스카주가 나온다. 해마다 5월이면 그 주의 동쪽 끝에 자리한 인구 48만 명의 평온한 도시 오마하가 수만 명의 방문객으로 들썩인다.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이라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3일(현지 시간) 대형 컨벤션센터를 가득 메운 4만 명의 주주들 앞에서 주인공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95세의 나이에도 4시간이 넘는 질의응답을 소화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올해 말 은퇴하겠다고 깜짝 발표했고, 주주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경의를 표했다.

오마하에서 태어난 버핏은 6세 때부터 콜라와 껌, 잡지 등을 팔며 일찌감치 사업에 눈을 떴다. 그는 숫자 감각이 유독 뛰어났다. 8세에 병뚜껑을 모아 어떤 음료수가 잘 팔리는지 통계를 내는가 하면, 인구나 야구카드 수치를 외우는 것을 즐겼다. 11세에 첫 주식 거래를 했고 고등학생 시절에는 신문 배달, 중고차 임대, 중고 골프공 판매, 핀볼 게임기 대여를 했다.

버핏은 아버지의 권유로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입학했다. 하지만 기대에 차지 않자 고향으로 돌아와 네브래스카대로 옮겼다. 이후 전설적인 투자자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 가치투자로 상징되는 투자철학을 정립하기 시작했다. 가치투자는 단순하다. 주식은 사업의 일부분이며 시장의 등락을 기회로 삼아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하는 것이 기본 아이디어다.

버핏은 1962년경 섬유회사였던 버크셔해서웨이를 매입했다. 1978년에는 평생의 사업 파트너 찰리 멍거가 부회장으로 합류하면서 버크셔는 본격적인 투자회사로 탈바꿈했다. 버핏은 버크셔를 60년간 이끌며 보험회사 가이코, 철도회사 BNSF, 코카콜라, 애플 등 우량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해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60조 원) 가치로 키워냈다.

버핏은 2025년 포브스 기준 1680억 달러를 보유한 세계 5위 부자다. 하지만 그는 고향의 소박한 집에서 평생을 살며 직접 차를 운전하고, 맥도널드에서 3.17달러짜리 아침을 먹는다. 그마저도 그날 아침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2.95달러 세트를 시켜 22센트를 아낀다. 사무실에서는 주로 투자 관련 자료를 읽고, 신뢰하는 동료들과 논의를 하는 삶을 평생 살아왔다.

버핏은 “당신이 인류 중 가장 운 좋은 1%에 속한다면, 나머지 99%에 대해 생각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와 함께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했다.

수만 명의 주주 앞에서 유쾌하게 말하는 버핏이지만 실은 내성적이고 감정 표현에도 서툴렀다. 냉정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가족과 깊은 정서적 교류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그를 헌신적으로 지원해 준 이가 첫 부인인 수지 여사였다. 수지는 버핏의 옷을 골라주고 이발을 해주는 등 일상을 챙겼다. 훗날 별거했지만 버핏이 세상의 숫자를 지배할 수 있었던 데는 수지라는 따뜻한 존재가 그를 성장시킨 덕분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최대 투자자 중 한 명인 버핏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생의 성공은 당신이 사랑받고 싶은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랑을 베풀수록 더 많은 것을 얻게 됩니다.”

#버크셔해서웨이#워런 버핏#주주총회#가치투자#투자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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