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을 포함해 현재 14명인 대법관 숫자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 공포 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1년에 4명씩 4년에 걸쳐 16명의 대법관을 증원한다는 내용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가 백년대계가 걸려 있는 문제”라며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관의 업무가 과중해 상고심 심리가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법원에 연 4만 건 안팎의 상고 사건이 접수돼 대법관 1인당 300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모든 사건을 제대로 심리하는 건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상고 사건의 70% 이상은 별도의 심리 없이 기각하는 심리불속행으로 마무리된다. 소송 당사자들로서는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대법관 수만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민주당이 대법관 증원 법안을 본격 추진한 것은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직후다. 그렇다 보니 국민의힘 등에선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관 증원을 무작정 서두르기보다는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 충분한 숙의를 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대법관을 몇 명 증원하는 게 적절한지부터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이 2023년 국회에 제안한 방안은 중요한 쟁점이 있는 사건만 대법원에서 심리하는 상고허가제 도입을 전제로 대법관을 4명 늘리는 것이었다. 21대 국회에선 48명으로 증원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대법관이 처리할 수 있는 적정 사건의 숫자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합리적인 증원 규모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민주당 안대로라면 법안 처리 시점에 따라서는 늘어나는 16명의 대법관을 모두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증원 시점과 속도를 어떻게 정해야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 한다. 중립적인 대법관을 선발하기 위해 대법관추천위원회에 외부 인사 참여를 늘리고 정부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야와 대법원, 정부, 법조계가 함께 토론하고 숙의해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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