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을 상실한 노인들이 휠체어에 앉아 졸거나 침을 흘리고 있다. 이들이 탄 전동 휠체어는 마치 범퍼카처럼 서로 부딪쳤다가 떨어지며 전시장 안을 돌아다닌다. 쑨위안과 펑위의 ‘양로원’(2007년·사진) 속 인물들은 실제 사람과 너무도 닮아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쑨위안과 펑위는 중국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부 작가다. 이들은 살아있는 동물이나 심지어 태아 시체 같은 극단적인 소재를 사용한 충격적인 작품으로 유명하다. 두 사람은 2000년대부터 파격적이고 비규범적인 예술을 만들어 왔는데, 그 대표작이 바로 ‘양로원’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아이디어만 있는 상태에서 스위스 출신의 미술품 수집가 울리 지크에게 판매됐고, 지금은 홍콩 엠플러스 미술관에 기증돼 상설 전시 중이다.
작품 속 열세 명의 노인들은 실제 사람과 너무도 닮았다. 얼굴 반점은 물론이고 수염과 피부 주름까지 소름 끼칠 정도로 정교하다. 얼굴을 자세히 보면 정치인, 독재자, 군인, 종교인 등 세계의 유명 지도자들을 연상시킨다. 초대 팔레스타인 대통령이자 독재자였던 야세르 아라파트와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도 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노쇠하지만 이들의 투쟁 본능은 여전해 보인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도 끊임없이 충돌을 반복하고 있다. 한때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이제는 숨졌거나 시대에 뒤처진 노인들일 뿐. 그런데도 그들이 혹은 그들의 망령이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들은 이런 현실을 일종의 게임이라고 말한다. 늙은 정치인들이 세상과 사람들을 가지고 여전히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그래서 그 노인들을 데리고 게임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낡은 세계관을 가진 소수의 지도자들이 세계의 질서를 결정하고, 끊임없는 갈등과 대결을 부추기고 반복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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