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자성 국가채무 6년 새 2.3배… 복지공약 속도 조절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30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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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가 900조 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자산 매각 등으로 갚을 수 있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국채 발행 등에 따른 적자성 채무는 결국 국민에게 거둔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빚이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서서히 오르더니, 이젠 70%대로 올라설 정도로 나랏빚의 질도 악화됐다. 저성장으로 세입 기반이 악화된 상황에서 ‘악성 부채’에 대한 관리가 시급해졌다.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반영한 올해 국가채무는 1300조6000억 원으로 1년 만에 125조4000억 원 증가하게 된다. 이 중 적자성 채무가 71.0%인 923조5000억 원에 이른다. 2019년 407조6000억 원에서 6년 만에 2.3배로 불어난다. 적자성 채무가 늘어나면 국민의 실질적 상환 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갚아야 할 이자가 증가해 재정 운용의 경직성이 심해진다.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이나 국가 신용등급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적자성 채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새 정부의 대선 공약 가운데 나랏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것이 많았다. 8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하던 아동수당을 18세 미만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한꺼번에 늘릴 경우 이것만으로도 한 해에 5조4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요양병원 간병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 기초연금 부부 감액 축소 등도 재정에 부담을 주는 공약이다. 대선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5년간 210조 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되지만 아직 재원 대책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 투입과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를 위한 복지 지출은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다. 하지만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지출 확대는 곤란하다. 현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선별 작업을 진행 중인데, 시급성과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 옥석을 가리고 우선순위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개별 공약에 지나치게 집착해선 안 된다. 그보단 5년간 나라 살림을 잘 운영하겠다는 보다 큰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게 우선일 것이다.


#적자성 채무#국가채무#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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