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생성형 AI가 직원들을 지루하게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3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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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업무 환경에 혁신을 가져오면서 전문가들이 더 짧은 시간 안에 높은 품질의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성과 평가서 초안 작성,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마케팅 이메일 작성 등 다양한 업무에서 인간과 생성형 AI의 협업은 업무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종종 더 뛰어난 결과물을 낳는다. 그러나 중국 저장대 연구진은 이런 이점 뒤에 예상치 못한 대가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생성형 AI와의 협업이 단기적으로 업무 성과를 높여주지만 AI의 도움 없이 수행해야 하는 다른 과업에서는 직원들의 내재적 동기를 떨어뜨리고 지루함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장대 연구진은 3500여 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네 건의 연구에서 인간과 생성형 AI가 일반적인 업무를 함께 수행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살펴봤다. 참가자들은 페이스북 게시물 작성,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이메일 초안 작성 등 실제 직무와 유사한 과제를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거나 받지 않은 상태에서 수행했다. 이후 연구진은 과업 수행 결과뿐 아니라 참가자들의 통제감, 내재적 동기, 지루함 등 심리적 경험을 함께 평가했다. 연구 결과 인간과 생성형 AI의 협업은 두 가지 상반된 결과를 가져왔다. 생성형 AI는 업무의 품질과 효율성을 모두 높였지만, 생성형 AI와 함께 업무를 수행한 뒤 AI의 도움 없이 다른 과업을 수행한 참가자들은 내재적 동기가 감소하고 지루함이 증가했다.

왜 동기가 떨어지고 지루함이 커졌을까? 생성형 AI와의 협업은 업무 중 고도의 사고를 요하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데, 이는 일을 흥미롭고 개인적으로 보람 있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성과 평가서를 작성하는 일은 비판적 사고와 맞춤형 피드백을 요구하는 과업이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이를 대부분 해결해버리면 업무 과정에서 몰입감이 떨어지고 직원들은 이 업무와 더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거리감은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고 다시 혼자서 업무를 수행할 때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며 결과적으로 지루함과 동기 저하로 이어진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래의 업무 방식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생성형 AI는 조직의 단기적인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사용은 장기적으로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직원들이 창의적이거나 복잡한 사고를 요하는 업무 수행에서 지속적으로 AI에 의존하면 업무에 대한 몰입, 성장, 만족감을 잃게 될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생성형 AI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AI의 강점을 활용하면서도 직원들이 내재적 동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업무와 업무 흐름을 재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생성형 AI가 직원들의 업무 전체를 대신하게 하기보다 AI의 결과물을 출발점으로 삼고 인간의 창의력을 더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가 성과 평가서 초안을 작성하더라도 매니저가 개별 구성원에 대한 통찰과 맞춤형 피드백을 반영해 내용을 다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AI가 프로젝트의 초기 아이디어를 제시할 순 있지만 팀원들이 이를 발전시키고 구체화하며 확장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조직은 AI 기반 업무와 독립적인 업무를 번갈아 배치함으로써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와 직원의 몰입도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 유사한 유형의 과업을 묶어 처리하기보다 하루 일과를 복잡한 사고와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업무로 시작하고 이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AI 기반 업무로 전환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전략 수립 업무로 하루를 시작하고 AI를 활용한 편집 작업으로 마무리하는 일정은 두뇌를 자극하면서 결과물의 품질도 높이는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

한편,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은 AI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느낄 때 업무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AI가 직원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 직원들이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과 성취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간과 생성형 AI의 협업은 생산성과 성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조직은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직원들의 심리적 영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생성형 AI를 적용한 업무 흐름을 신중하게 설계함으로써 기업은 직원들의 동기와 몰입도를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AI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미래의 업무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인간과 AI가 무엇을 함께 이룰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 기사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생성형 AI가 직원들을 지루하게 만든다”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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