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마저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역세권과 빌라촌 같은 도심 노후 지역을 고밀도로 신속 개발해 주택 공급을 촉진하겠다고 나섰지만, 도입 5년째를 맞은 지금 예정된 물량의 65%는 사업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민간 주도의 재건축·재개발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 주도 모델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 절벽이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도심 공공주택 사업은 사업성이 낮아 민간이 개발하기 어려운 도심 낙후 지역을 LH가 부지 확보부터 개발, 분양까지 주도하는 방식이다. 개발 기간을 단축해 도심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2021년 처음 도입됐다. 그런데 동아일보 취재팀이 후보지로 선정된 전국 75곳의 10만7000여 채 진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7만여 채는 사업 계획을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사업 승인을 받는 등 입주가 확정된 물량은 1만 채도 안 됐다.
이는 공사비 급등 등의 여파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진 탓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새로운 개발 모델을 도입한 LH의 사업 역량이 미흡한 영향이 크다. 수익성보다 공공 기여 등을 앞세우다 보니 민간 개발보다 사업 계획 수립에 시간이 더 걸리고, LH 담당 직원이 인사 발령이라도 나면 행정 처리가 지체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LH가 독점해 온 공공주택 사업 구조와 역량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공공 주도 개발 모델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LH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외에도 3기 신도시 개발을 주도하고 있지만, 토지 보상과 인허가 지연 등의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현재 착공한 3기 신도시 물량은 1만1000채로 전체 17만 채의 6%에 그친다.
정부는 LH의 전반적인 사업 구조를 바꿔 택지 조성·개발·시행 등을 모두 떠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LH의 체질 개선과 역량 제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LH는 임직원들의 땅 투기와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 등으로 두 차례나 ‘해체 수준의 개혁’을 표방한 혁신안을 내놨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공공 주도 개발로 주택 공급을 늘리고,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공기업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하려면 더 이상 말뿐인 LH 개혁에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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