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새샘]“잘했다” 칭찬하기엔… 주택 공급 갈 길 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0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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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산업2부 차장
이새샘 산업2부 차장
이달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19% 오르며 3주 연속 증가 폭이 줄어들었다. 2월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해제되며 본격화된 서울 집값 오름세가 6·27 대출 규제 이후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출 규제를 주도한 금융위원회에 대해 “잘하셨다”라며 연일 칭찬할 만한 성과다. 겉으로만 보면 그렇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412건이다. 지난달 1만1344건의 10% 수준이다. 한 달 치 통계가 나오려면 아직 열흘 정도 더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강력한 대출 규제에 따른 거래절벽이 나타났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거래가 끊긴 가운데 강남권 핵심 입지, 투자 가치가 큰 재건축 아파트 등에서는 최고가 거래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집값 오름세는 꺾인 것이 아니라, 멈춘 것일 뿐이다.

거래절벽이 마냥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문재인 정부 당시 입증됐다. 당시에도 정부는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등 수요억제책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둑을 쌓는다고 흐르는 강물을 영원히 가둬 둘 수 없는 것처럼, 넘친 수요는 어디론가 흘러 풍선효과를 만들어 냈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져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집값이 튀기도 했다. 규제로 집값을 묶어두는 수요억제책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집값 향방의 관건은 수요를 받아줄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의 주택 공급 관련 언급에는 방향성만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대선 공약으로도 구체안을 내놓은 적이 없는, 사실상 공백 상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공급하겠다”며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완화 등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동시에 “공공의 이익과 민간의 이익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부가 생각하는 공공성 있는 주택 공급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보급률 100% 달성이라는 함정에 빠져 추가적인 매매 수요를 모두 투기를 목적으로 한 가짜 수요라고 규정하고 억누르는 데 집중했다. 이 때문에 정권 초 사람들이 원하는 도심 재건축은 각종 규제로 묶어두고, 신도시 등 변죽만 울리는 주택 공급을 발표하는 데 머물렀다. 하지만 이 ‘가짜 수요’는 사실 앞으로 원하는 곳에 집을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20, 30대 젊은 층의 ‘불안 수요’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수요억제책의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충분히 학습했다. 경기 흐름이나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억눌려 있던 수요는 언제든 다시 튀어나올 수 있다. 6·27 대출 규제는 급등 조짐을 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을 한 번 식히는 정도의 효과를 냈을 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공급 계획이, 장관 후보자의 말대로 ‘사람들이 원하는 곳’을 겨냥해서 나와야 한다. “잘하셨다”라고 칭찬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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