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진숙 지명 철회, 강선우 임명 수순… 민심 半만 수용한 셈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0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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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밝힌 후 질문을 받고 있다. 2025.7.20.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밝힌 후 질문을 받고 있다. 2025.7.20.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제자 논문 가로채기 등 논란에 휩싸인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이 후보자 지명을 발표한 지 21일 만으로 장관 후보자의 낙마는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자진 사퇴 형식으로 후보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던 관행과 달리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 이 대통령은 ‘보좌관 갑질’ 논란에 휘말렸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그대로 임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두 후보자 중 한 명에 대해서는 지명을 철회한 것은 국민 여론과 대야 관계를 고려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거센 낙마 여론을 일부나마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2명 낙마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으로 읽힌다. 특히 19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까지 만나 ‘2명+알파 낙마’ 주장을 들은 이 대통령으로선 전원 임명을 고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후보자에 대해선 연구윤리 위반 같은 개인적 도덕성 문제뿐 아니라 업무 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적지 않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유아교육부터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관할하는 자리인데도 이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기본적인 교육행정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한 채 ‘동문서답하라’는 황당한 코칭 메모를 받는 모습이 노출됐다. 이런 후보자의 업무 역량에 대한 불신은 여당 의원들의 잇단 사퇴 요구로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 못지않게 논란의 표적이 됐던 강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하겠다는 결정에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일부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는 물론 민주당 보좌진 협의회가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할 정도로 낙마 여론이 강했던 강 후보자를 걸러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강 후보자의 낙마 모면이 여당 내부의 강력한 지원에다 현역 국회의원이 인사청문회 끝에 낙마한 적이 없다는 ‘현역 불패’ 신화까지 더한 제 식구 감싸기의 산물이라는 점은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새 정부의 인사 기준으로 능력과 청렴, 충직을 들었다. 세 기준 가운데 청렴은 실종 상태이고, 나머지 둘의 적용도 다분히 자의적이다. 사전 인사검증의 실패도, 증인·참고인 없는 맹탕 청문회도 압도적 국회 의석을 가진 거대여당의 힘, 나아가 정부 초기 호의적 여론에 기댄 채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절반의 민심 수용은 곧 절반의 실망임을 잊어선 안 된다. 여론을 존중하는 유연함에는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


#이재명#이진숙#교육부 장관#지명 철회#논문 가로채기#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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