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케이티 광화문빌딩에 있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건희 여사가 특검의 포토라인에 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으로 고발된 이후 5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한 것이다. 전현직 대통령 부인이 피의자로 수사기관에 공개 출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여사는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특검은 이날 ‘피의자’ 김 여사를 대상으로 도이치 주가조작 관여 의혹, 명태균 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정치인 공천에 개입한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명품 목걸이를 건네받은 의혹 등 5개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고 한다. 이는 김건희 특검이 수사 중인 16개 혐의 가운데서도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나 진술이 다수 나온 것들이다. 그런데도 김 여사는 7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김 여사가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선 몸을 낮춘 표현이라기보다 법적 책임을 덜기 위한 방어용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 부인이었지만 공직자 신분은 아닌 만큼 뇌물수수나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자신을 포장하든 김 여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V0’로 불렸을 정도로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었던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 등 5명에게만 지급된 보안 A등급의 비화폰까지 지급받아 썼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윤 전 대통령이 방치와 묵인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비호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가 디올백을 받는 동영상이 나왔을 때 “아내가 박절하지 못했다”며 감쌌다. 또한 도이치 사건으로 김 여사 소환을 주장했던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실상 경질하기까지 했다.
특검이 6일 조사한 혐의는 수사선상에 오른 혐의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관여 의혹, ‘김건희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가 대기업에서 184억 원을 투자받은 배경 등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다.
김 여사는 대선 전인 2021년 허위 이력서가 문제로 사과하면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를 지키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최소한의 견제장치라고 할 수 있는 특별감찰관조차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임명하지 않았다. 검찰과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은 오히려 김 여사 의혹을 덮고 뭉개기에 급급했다. ‘여사 리스크’로 만신창이가 된 사법정의와 국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 특검에 달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