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부동산협회(NAR)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외국인은 총 560억 달러(약 78조4000억 원)어치의 미국 주택을 구입했다. 이 중 24.5%인 137억 달러(약 19조1800억 원)를 중국인이 샀다. 외국인이 매수한 미국 집 네 채 중 한 채가 중국인 소유란 뜻이다. 특히 미 50개 주 중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외국인 주택 구매의 36%가 중국인에 의해 이뤄졌다.
브룩 롤린스 농림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은 지난달 8일 수도 워싱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 장관은 중국 등 외국 적대 세력(foreign adversaries)의 농지 매입을 금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림부에 따르면 중국인이 보유한 미국 농지 또한 약 1214km²로 2대 도시 로스앤젤레스 면적과 맞먹는다.
중국 자본은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일본 주요 도시에서도 알짜 부동산을 사들인다. 올 5월 미쓰비시UFJ의 자료에 따르면 도쿄 중심부 신규 아파트 구매자의 20∼40%가 외국인이었다. 대부분 중국인으로 추정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3년 7월∼2024년 6월 호주의 거주용 부동산을 가장 많이 매입한 외국인이 중국인이라고 보도했다.
‘차이나 머니’가 주요국의 주택 빌딩 토지 등을 대거 매입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현지인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각국이 속속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를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한 이유다.
2023년 1월부터 2년간 비(非)거주 외국인의 주택 구매를 전면 금지했던 캐나다는 이를 2027년 1월까지 2년 연장하기로 했다. 호주 또한 비거주 외국인에게는 구축이 아닌 신축 매입만 허용한다. 호주 싱가포르 등은 외국인의 부동산 매매 시 내국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매긴다. 플로리다주 등 미국 일부 주는 연방정부와는 별도로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 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장기 불황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사실상 외국인과 자국민이 동등한 조건에서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이 총선 결과를 결정지었다. 올 6월 20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의 최대 승자로 꼽히는 신생 정당 참정당은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 억제’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워 3년 전 2석에 불과했던 의석을 15석으로 늘렸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지켜지는 나라에서 외국인에 대한 과도한 차별은 곤란하다. 다만 상호주의 원칙에서 볼 때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는 중국인은 중국 부동산을 사는 외국인보다 훨씬 큰 혜택과 이점을 누린다. 중국에서는 국가만 토지를 소유할 수 있고 개개인은 건물 소유권만 한시적으로 갖는 탓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주택 시가총액은 7158조 원. 지난해 명목 GDP(2557조 원)의 약 2.8배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부동산 ‘구입’이 아니라 ‘탈세’에만 일부 메스를 적용하고 있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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