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엔 온건 인물 등용하더니
윤미향 사면하고 좌파 대거 기용
강성지지층 손잡고 좌향좌 신호 켠 것
이런 기류가 외교까지 영향 미치면
국익 손상 불 보듯
트럼프는 문재인 때 속았다며 벼르고 있어
좌파 입김 완전 배제하고 오로지
국익 관점으로 동맹 강화 올인해야
이기홍 대기자
집권 두 달여, 이재명 대통령의 성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요약하면, 자기 이익과 생존을 위해선 수단 방법 염치 상식 도덕 원칙에 구애받지 않으며, 오로지 핵심 지지층 결속을 최우선 과제로 추구한다는 것이다.
취임 첫날 인사(人事)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합리적 인물들을 기용해 “의외네”라는 반응과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그때뿐이었다.
자신의 범죄 혐의를 변호해 줬던 변호사들을 고위직에 두루 앉히고, 민변 전교조 민노총 등 진영 실세 그룹 출신들과 좌파 성향 학자들의 기용이 잇따른다.
좌파 숙원 현안들에 대해 한 발 떨어져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듯하다가도 결국엔 좌파 진영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호응하는 쪽으로 결론 내린다.
선택의 잣대는 국익도 이념도 도덕도 원칙도 아니다. 오로지 표를 많이 가진 사람들과 지지층에의 화답이다.
취임 두 달 밖에 안된 시점에 조국 윤미향 사면복권이라는 강수를 둔 데 대해 대통령 본인의 뜻인지, 휘둘려 끌려간 것인지 상반된 분석이 나오지만, 어차피 결론은 같다.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해득실 계산의 산물인 것이다.
득(得)은 조국을 풀어줌으로써 친문 세력을 포섭하는 동시에 여권 내 머리 큰 사람들의 상호 견제 경쟁 구도를 만드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윤미향 사면은 좌파 시민단체들에의 빚갚기다.
실(失)은 중도와 온건 보수층의 지지 철회인데, 지지율이 빠져도 어차피 그들이 갈 곳이 없으므로 곧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영리한 계산에서 빼먹은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리더십의 핵심인 신뢰 자본을 까먹었다는 점이다. 리더에 대한 신뢰는 품성 도덕성 원칙존중 공선사후 등이 축적돼 형성되는데, 윤미향 등의 사면은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던 온건 보수층에 “역시 유유상종”이라는 실망을 안겼으며 회복이 좀처럼 힘들 것이다.
사법정의와 공동체 도덕성을 거꾸로 진창에 처박음으로써 정권 스스로를 윤미향과 동급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래 역대 정권의 사면복권 때마다 논란이 일었지만 이번처럼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사면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 아니다. 다만 성공을 위해, 생존을 위해 좌파 활동가들과 연을 맺고 서로 밀어주며 커왔으며 그런 한편으로는 실용주의자로 자처해 왔다.
그런 그가 집권 두 달 만에 강성 지지층이 바라는 방향으로 좌향좌 신호등을 켠 것은 보수 진영이 초토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무리 왼쪽으로 달려도 이에 반발해 이탈할 중도층과 온건 보수층을 흡인할 대항마로서의 보수정치 대안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떳떳해하는 운동권 속성이 재연된다. 방송법 강행을 보라. 민영방송까지 경영진 교체를 강제하며 ‘당장 다 우리 편으로 바꿀 거야’란 의도를 숨길 시늉도 안 한다.
물론 이 모든 건 충분히 예상 가능했고 경고됐던 상황이다. 그러므로 그런 선택을 한 국민이 감당해야 할 몫이며, 길게 보면 언젠간 정반합 논리로 바로잡힐 것이다.
하지만 외교안보만은 다르다. 먼 훗날 바로잡힐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한번 삐끗하면 회복하기 힘든, 국익과 국민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백악관 내부 기류에 정통한 미국 인사의 최근 전언이다.
“트럼프는 이재명에 대해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다. 당선됐다는 소식에 이제 머잖아 제2의 정의용이 와서 뱀의 혀를 놀려 대겠지, 어떻게 나를 속이려 할까. 하지만 이번엔 안 속는다. 김정은은 내가 잘 안다…그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나오기 시작한 게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이다. 집권 1기 때는 미군을 빼겠다고 했지만 의회가 수권법안으로 지상군 감축을 못하게 하니, 역할 재조정으로 콘셉트를 바꾼 거다. 대만 위기 등을 명분으로 뺏다 넣었다 하는 건 내 마음대로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품은 채 고양이가 쥐를 바라보듯 한국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팔짱 끼고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그런 기류의 영향인지 국내외 일각에서도 미 지상군의 주둔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논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매우 위험한 시각이다. 한반도에서 지상군 주둔은 정치적 상징적 의미가 심대하다. 유럽이나 일본의 미군과 다르다. 주한미군의 지위가 흔들리는 조짐이 생기면 먼저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선 좌파 지지층의 손을 잡는 게 이득이라고 계산했을지라도 외교에선 다르다. 좌파 진영의 의중에 은연중 압박감을 느껴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면 바로 트럼프에 되치기당할 수 있다. 더구나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한 번 당했다는 생각에 벼르고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의 업보까지 감당해야 하는 어려운 입지인 것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 했다. 당당한 외교로 국가 자존심을 지키고 싶지 않은 지도자는 없다. 하지만 외교는 현실에 근거해 행동해야 한다. 국익을 위해선 상대의 가랑이 밑이라도 지나갈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80년 전 이승만 전 대통령이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양 갈래에서 명확히 나라의 길을 선택해 오늘날 대한민국을 가능케 했듯이, 한미동맹 강화의 길로 손잡고 가야만 한다.
국내 정치에서 좌향좌 신호등을 켰을지라도 외교안보에서만큼은 진짜 실용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줘야 할 때다. 임기 후 이 대통령을 평가할 주체는 소수의 좌파 이념가들이 아니다. 북한도 중국도 아니다. 바로 국민 전체와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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