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새샘]허술한 부동산 분야 국정과제… 공급대책은 ‘진짜 실력’ 보여야

  • 동아일보

코멘트
이새샘 산업2부 차장
이새샘 산업2부 차장
20일 국무총리실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공개했다. 13일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세부 내용 없이 123개 국정과제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이 중 부동산 혹은 주택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과제는 2개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와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실현’이다.

계획안을 보면 주택공급 분야에는 “서민 주거안정 확대를 위해 공적주택 110만 채를 5년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숫자는 제시됐지만,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참고로 5년간 110만 채는 문재인 정부 당시의 공적임대주택 공급 목표였던 5년간 연평균 17만 채를 훌쩍 뛰어넘는 물량이다. 유휴부지 활용 공급, 신도시 주택 조기 공급 등 그 외의 계획안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 게다가 지난 정부 때 이미 여러 걸림돌 때문에 제대로 이루지 못한 과제들인데,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거복지 분야의 계획안을 살펴보면 물음표는 더욱 커진다. 신혼부부 주거지원 대책으로 ‘신생아 특별공급 신설’이 포함돼 있는데, 신생아 특공은 이미 전 정부에서 도입된 제도다. 월세 세액공제 확대,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 등도 이전 정부들이 이미 하고 있었던 ‘재탕’ 계획이다. ‘집값 담합 등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해 감독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 복지 분야에 포함돼 있는 것도 어색하다.

이런 부동산 분야 국정과제의 허술함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선 당시 부동산과 관련해 이렇다 할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20대 대선에서 경쟁적으로 부동산 관련 공약을 내놓던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굳이 부동산 분야를 들쑤시지 않아도 충분히 당선될 수 있다는, 오히려 ‘로키’가 유리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의도된 거리두기’였다고 볼 수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 직후 행보에서도 이런 ‘거리두기’를 엿볼 수 있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 첫 일정으로 이달 6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을 만났다. 그다음 날인 7일에는 바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찾았다. 건설경기 악화로 지방 미분양이 속출하고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대통령이 연일 질타했는데도 관련 현장을 장관이 찾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9월 이후 미국이 금리 인하를 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6·27 대출규제의 충격은 시간이 가면 점점 약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금융시장 환경 변화는 이미 예고돼 있는 셈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0일 “부동산 시장 안정과 주거복지는 너무나 중요한 목표”라며 “주택공급 대책에 대한 부처 간 협의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이번 공급대책은 이 정부가 부동산 분야에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판대가 될 것이다. 김 실장의 발언처럼 부동산 정책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 국정과제 수준의 허술함으로는 ‘실력 없는 정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국정운영#주택공급#주거복지#공적주택#신혼부부지원#부동산정책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