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형준]특검 추천은 전광석화, 특감 추천은 지지부진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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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정치부 차장
황형준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이 ‘3대 특검’의 수사 범위와 인력을 확대하고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조만간 통과시키기로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조사에 불응하고 있고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다는 명분이었지만 ‘내란 척결’ 정국을 이어가며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초 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서 처리 방침을 밝히며 속도전에 나섰다가 법안 내용에 대한 당내 이견과 의사일정 등을 고려해 다음 달 처리로 연기했다.

한시적 기구인 특검을 법 개정을 통해 다시 연장하는 게 제도 취지에 맞는지, 전례처럼 새로 제기된 의혹은 왜 기존 수사기관에 넘기면 안 되는지 등 의아한 대목이 많다. 여권은 앞서 6월 특검법이 공포된 지 사흘 만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추천을 거쳐 3대 특검을 임명했다. 특검과 관련해선 법안 처리부터 추천, 임명에 이어 개정 논의까지 전광석화처럼 이어진 것이다.

반면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 논의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6·3대선을 닷새 앞두고 발표된 공약집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는 “대통령실 특별감찰관을 즉각 임명하고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도 “특별감찰관 임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특별감찰관 임명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 특별감찰관 추천을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아직 진행 중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 출범 후 여당은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상법 개정안과 ‘방송 3법’ 등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느라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을지언정 여당엔 특별감찰관 추천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일 수 있다.

특별감찰관 임명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건 과거 정권도 다르지 않았다. 2014년 특별감찰관법 제정으로 신설됐지만 2016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충돌하며 사퇴한 뒤 사실상 이 제도는 9년째 유명무실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에 무게를 두며 기능이 중첩된다는 이유로 특별감찰관 지명에 회의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고도 나 몰라라 국회에 공을 넘겼다. 지난해 11월 기자회견 때는 “국회가 추천하면 당연히 임명할 것이다. 국회 일이니깐 제가 왈가왈부하는 게 맞지 않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특별감찰관이 임명되고 제대로 된 친인척 관리가 가능했다면 애초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된 ‘김건희 특검’ 등이 출범할 이유가 없었을 수 있다. 김건희 여사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을 혼돈에 빠뜨렸던 12·3 비상계엄도, 탄핵 사태도 없었을지 모른다. 사후 진상 규명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한 이유다.

특별감찰관의 추천이 지연될수록 결국 이 대통령의 의지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영이 살아 있는 정권 초기에 대통령의 지시를 여당이 이행하지 않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비치게 마련이다. 예방주사는 따끔하지만 더 큰 질병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검법#더불어민주당#윤석열#지방선거#특별감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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