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그 한순간의 마법[이준식의 한시 한 수]〈331〉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8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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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넨 기품이 있고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우니, 자주 활짝 웃음 짓는 게 좋을 듯하네.

누군가의 웃음으로 자리에 생기가 돋아나다니.

노래하다 눈살 찌푸릴 대목에선 외려 옅은 미소를 띠고, 술 취해 웃을 차례엔 외려 살짝 미간 찌푸린다.

적절하게 낯 찌푸리고 또 웃음 지으니 분위기가 한결 활기를 띠네.

(侬是嶔崎可笑人, 不妨开口笑时频. 有人一笑坐生春.

歌欲颦时还浅笑, 醉逢笑处却轻颦. 宜颦宜笑越精神.)

―‘완계사(浣溪沙)’·‘엄자문의 시녀 소소에게 주는 노래(증자문시인명소소·赠子文侍人名笑笑)’ 신기질(辛棄疾·1140∼1207)


사람의 매력을 가장 먼저 드러내는 건 웃음이 아닐까. 기품 있는 웃음은 그 자체로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 놓는다. 친구가 마련한 연회에서 시인이 마주한 가기(歌妓)의 모습이 그렇다. 이름마저 ‘소소(笑笑)’인 그녀는 언제 미소를 띠고, 언제 찡그려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듯하다. 활짝 웃는 순간, 연회장에 봄기운이 감도는 듯 생기가 돈다. 흥미로운 건 웃음의 타이밍이다. 슬픈 대목을 노래하면서 오히려 옅은 미소를 짓고, 모두가 웃어야 할 술자리에서는 미간을 찌푸린다. 일반의 상식을 거스르지만 그 엇갈림 속에서 더 큰 활기가 생긴다. 시인의 눈에는 이런 행동마저 품위 있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노래의 각 구절마다 ‘웃음’이란 말이 반복되는 기교가 독특하다. 이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웃음과 찡그림이 교차하는 순간 가기의 기품과 의지, 그리고 독특한 개성이 드러난다. 이 노래가 시인의 추파인지 은근한 구애인지 아니면 진심 어린 찬사인지는 알 길이 없다. ‘완계사’는 곡명.

#이준식의 한시 한 수#웃음#완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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