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숨겨진 영감[내가 만난 명문장/김홍민]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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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반경 3m 이내에 얼마든지 널려 있다.”

―스즈키 도시오 ‘스튜디오 지브리의 현장’


김홍민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
김홍민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
일본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를 인터뷰하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일본의 거의 모든 문학상을 휩쓸며 올해로 데뷔 35주년을 맞은 작가는 여행을 전혀 다니지 않는다. 자동차도 없다. 생활반경은 오로지 집과 작업실뿐이다. 집에서 작업실까지 걸어가는 동안 만난 사람들, 이를테면 시장이나 공원에서 보고 들은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형편이 어려워 꿈을 포기했다는 가출 청소년에게 ‘뜻이 있으면 나이를 먹고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서른 살에 글쓰기를 시작해 4년 만에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마무라 쇼고. 그도 동네에 있는 폐성을 보고 ‘새왕의 방패’를 썼다. 평소 자주 보던 조그마한 역사적 단서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전국 시대에 마침표를 찍는 이야기를 연출해 냈다.

걸작으로 회자되는 여러 애니메이션의 풍부한 발상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해하는 기자들에게 미야자키 하야오는 “아이디어는 반경 3m 이내에 얼마든지 널려 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지브리 프로듀서 스즈키의 저서에 따르면 미야자키 감독의 정보원은 두 가지다. 친구들의 이야기, 그리고 스태프들과의 일상적인 대화. “지브리에서 일어나는 일은 도쿄에서도 일어난다. 도쿄에서 일어나는 일은 일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마 전 세계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아이디어는 반경 3m 이내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직업상 늘 뭔가를 기획해야 하고, 이벤트를 벌여야 하고, 이런저런 글을 써야 한다. 아이디어가 바닥난 느낌이 들 때마다 미야자키 감독의 이 말을 떠올린다. 아이디어 보릿고개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도 조금쯤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이디어#스즈키 도시오#스튜디오 지브리#미야베 미유키#이마무라 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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