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다. 이 중 채용 계획이 아예 없는 기업은 25%로 팬데믹 위기가 한창이던 2020년보다 많다. 게다가 하반기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들조차도 10개 중 4개꼴로 작년보다 채용 인원을 줄이겠다고 한다. 가뜩이나 바늘구멍이던 대기업 취업문이 더 좁아진 것이다.
이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 폭풍이 거세지고 산업계가 우려하는 법안의 입법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신규 고용 여력이 위축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도 건설·토목(83%), 식료품(70%), 철강·석유화학(69%) 순으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는 비중이 높았다. 내수 부진과 노란봉투법, 미국의 관세 부과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곳들이다. 여기에다 대졸 신입 대신 경력 채용으로 방향을 트는 기업이 늘면서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일할 의지를 잃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청년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 활동도,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20대 청년은 43만5000명에 달한다.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16개월 연속 내리막을 그리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서 먼저 경험을 쌓으라고 권할 여건도 아니다. 중소기업·비정규직과 대기업·정규직 간의 임금 및 고용 안정성 격차가 상당하고 칸막이까지 견고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는 한 번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이직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가 쉽지 않다.
청년층의 고용 한파가 구조적 위기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은 국가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심각한 경고 신호다. 고용이 늘어야 소비가 살아나고 경기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이 채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경직된 고용 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경력직 선호로 취업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한 경력 개발 대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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