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 4.5일제 시동… 생산성 제고 없인 경제에 큰 짐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5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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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24일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구성해 주 4.5일제 도입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와 함께 노동계에선 민노총과 한국노총이, 경영계에선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참여해 3개월 동안 논의한 뒤 세부 추진안을 담은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한국의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일·생활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가뜩이나 낮은 노동생산성은 높이지 않고 일하는 시간만 줄인다면 기업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노동생산성은 6만5000달러로, 2023년 기준 OECD 36개 회원국 중 22위에 그쳤다. 주 4일제를 도입한 벨기에나 아이슬란드에 비하면 생산성이 절반 수준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앞서 연장근로의 관리 단위 확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연봉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도입 등으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등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이 대기업, 공공기관 위주로 도입되면서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키우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할 위험도 생각해야 한다. 당장 억대 연봉을 받는 금융노조가 주 4.5일제 전면 도입을 요구하며 26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시간당 인건비 상승은 중소·중견기업의 수익성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일자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근로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한다면 아직 주 5일 근무제조차 그림의 떡인 취약 근로자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먼저다. 주 6일 근무제 시절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도입된 주휴수당을 폐지해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장시간 근로 관행을 바꾸는 것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지만 성급하게 추진하다간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 꼭 해야 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고용의 유연성 확보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단순히 ‘근로시간 단축 로드맵’을 넘어 ‘노동시장 개혁 로드맵’으로 고민의 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주 4.5일제#노동시간 단축#노동생산성#OECD#근로시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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