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과 함께하는 자주국방, ‘스마트강군’이 답[기고/김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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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전 국방연구원장
김윤태 전 국방연구원장
1970년대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실에는 ‘자주국방’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자주국방을 국가의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전통적으로 자주국방과 국방력 강화는 보수의 어젠다였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역설적이다. 진보 성향의 대통령이 ‘자주국방과 국방비 증액’을 강조하고, 보수 진영은 이를 ‘한미동맹의 약화’로 읽는다.

한미동맹은 6·25전쟁 이후 우리 안보의 근간이자, 경제 번영과 체제 경쟁의 일등공신이었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가 동맹의 가치를 계승해 온 이유다. 역대 정부의 자주국방 역시 동맹 속에서 한국의 책임과 역할을 확대하고 미국 중심의 불균형을 완화해 건강한 동맹을 추구하는 전략이었다. 오히려 미국발(發) 동맹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주국방은 아시아에서 미군의 군사 개입을 축소하고 주한미군 감축을 부른 ‘닉슨 독트린’과 지미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동맹의 이탈이 아닌 ‘의미 있는 역할 분담’을 지향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 현대화’를 언급하고 있다. 외교를 통해 전략적 이해를 추구하는 한편으로 군사적으로는 주한미군의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내 역할 분담에 부응하면서, 한국이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주국방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동맹 속에서 자주국방의 군사적 목표는 우선, 북핵 위협에 대한 한국의 재래식 억제력 강화이다.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보장하에서 한국은 강력한 재래식 억제력을 갖춰 북한의 복합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형 3축 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질적으로 낙후됐지만 양적으로는 막대하다. 한국은 이미 질적 우위에 기반한 압도적 대응 능력을 확보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특히 주한미군의 태세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군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자주국방 구현의 가장 큰 도전은 인구절벽이다. 현재 50만 명 수준의 상비병력은 2040년경 35만 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 전방 사단은 정원의 70%도 채우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

해법은 분명하다. 우리의 강점인 첨단 과학기술과 민간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드론과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등 첨단기술 기반 전력은 단순히 병력 감소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미래전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다. 이는 북한의 병력 중심 재래식 위협을 비대칭적으로 상쇄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민간 인력의 활용도 필수적이다. 정비, 의료, 교육은 물론이고 경계, 정보 등 전투지원 분야에 민간 인력과 아웃소싱을 적극 도입하고, 상비병력은 전투에 집중시켜야 한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방비 증액과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스마트강군 건설”을 천명했다. 미래 안보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다. 동시에 우리 군의 중장기적이고 구조적 체제 변화를 수반하는 어려운 과제이다. 개혁적 추진 체제와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 상당한 국방예산 증액도 필요하다. 미국이 요구하는 국방비 증액은 자주국방 구현에 투자돼야 한다.

#자주국방#한미동맹#국방비 증액#북핵 위협#재래식 억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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