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무비홀릭]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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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 1’ 포스터. 롯데컬처웍스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 1’ 포스터. 롯데컬처웍스 제공
이승재 영화평론가·동아이지에듀 상무
이승재 영화평론가·동아이지에듀 상무
※지난 회 ‘1000만 영화 수학능력시험’ 해설에서 이어집니다.

문제5 먼저 해설할게요. ‘②귤 까주는 건 정이고 새우 까주는 건 사랑이래’는 ‘왕의 남자’가 아닌 배우 이병헌 주연의 ‘싱글라이더’ 대사예요. “욕하는 건 정이고 때리는 건 사랑이래” 같은 학교 일진의 대사나, “상속은 정이고 증여는 사랑이래” 같은 부자 아빠의 대사나, “소환은 정이고 구속은 사랑이래” 같은 열혈 검사의 대사로 써먹을 수 있을 만큼 확장성이 큰 대사죠.

근데, 출제 의도는 당초 ‘⑤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에 있어요. 왕의 남자를 대표하는 이 대사를 의외로 “나 거기 있고 너 여기 있어”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와 “나 거기 있고 너 여기 있어”가 뭐 그리 달라서 미친놈처럼 집착하느냐고요? 영화 속 공길과 장생은 꿈과 고통, 급기야 존재를 나누는 관계예요. 내가 ‘거기’ 있고 네가 ‘여기’ 있다면 단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교감하고 소통한다는 납작한 의미에 머물렀겠죠. 얼마나 더욱 멋진가요? 둘은 각자 자신의 ‘여기’에 있을 뿐이지만, 너의 여기가 나의 여기, 나의 여기가 너의 여기가 되는 합일의 경지로 승화한단 뜻이니!

우리가 잘못 아는 명대사가 많아서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 드릴게요. ‘봄날은 간다’ 이영애의 명대사는 “라면 먹고 갈래요?”가 아닌 “라면 먹을래요?”예요. ‘친구’에서 장동건의 대사도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가 아니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고마해라”이고요. “내가 니 시다바리가?”도 아니고 “내는 니 시다바리가?”가 맞아요.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도 아니고 “아버지 뭐하시노?”죠.

영화 제목도 고유명사인 만큼 정확히 기억해야 하죠. ‘내가 너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란 영화는 없어요. ‘내가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100가지 이유’나 ‘내가 너와 헤어지고 싶은 10가지 이유’란 영화도 지구상에 없죠.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가 맞는 제목이에요.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도 그래요. ‘데데데데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이나 ‘데드데드 데몬즈 디스디스 디스트럭션’으로 착각해요. 10월 1일 국내 개봉할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수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도 ‘어나더 배틀 애프터 원’이나 ‘애프터 원 어나더 배틀’로 맘대로 부르면 안 돼요. ‘끝없는 싸움’이란 뜻이니까요. 또 있어요.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도 틀린 제목이에요. ‘어쩔수가없다’라고 붙여 써야 어쩔 수 없이 맞아요. 홍상수 영화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도 제목에 띄어쓰기가 없죠. 아니, 이런 사소한 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요? 김말자 씨를 김멀자 씨로, 독립기념관을 덕립기뇸관으로 부르는 것과 똑같은 잘못이라니까요?

다음은 문제7. 이정재, 하정우, 주지훈, 김동욱은 모두 ‘신과함께―인과 연’에 출연했어요. 근데 이정재만 ‘주연’ 아닌 ‘특별출연’이죠. 특별출연이란? 특별히 출연하는 거죠. 주연은 아닌데, 계속 나오는 조연은 또 아니고, 극 중 비중이나 배우의 네임 밸류는 확실히 조연급 이상인데…. 이런 돌아버릴 경우를 특별출연이라고 해요. 특별출연은 대부분 출연료를 받아요. 반면 우정출연은? 우정으로 출연하니까 돈을 안 받아요.

문제4의 정답은 없어요.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을 통해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유일한 대한민국 감독으로 추앙받던 최동훈도 ‘외계+인’으로 망했어요.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로 3연타석 홈런을 날린 김용화도 ‘미스터 고’로 쓴맛을 본 뒤 ‘신과함께’(반드시 붙여 써야 함)로 다시 일어났죠. 봉준호도 ‘미키 17’(미키와 17을 띄어 써야 함)이 큰 적자를 봤고요.

문제6에서 1000만 영화 최다 출연 배우를 마동석이라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마동석은 총 일곱 편으로 2등. 요즘처럼 많이 본 캐릭터로 많이 본 농담을 하면서 많이 본 펀치를 날리는 작품들을 계속하다간 앞으론 1000만 영화가 없을 가능성도 있어요. 정답은 오달수. ‘괴물’(괴물 목소리 출연)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신과함께-죄와 벌’ 등 여덟 편이죠.

문제3 정답은 ④. “형은 다 알 수가 있어”는 ‘범죄도시2’의 대사. 문제8 정답은 ③. 1000만 한국 영화 총 24편의 메인 포스터 중 제목 글씨가 ‘흰색’은 17편, ‘노란색’은 6편, 검은색과 파란색 제목은 아예 없어요. 나머지 한 편인 ‘기생충’은 초록색이에요. 실화 소재 비극에 유독 반응하는 한국 관객들의 경향성을 고려하면, 암울한 배경과 대비되는 제목 글씨의 색깔로 화이트와 옐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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