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 수도권 집중, 지방대학의 위기라는 세 가지 과제 앞에 서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전국 330여 개 대학 가운데 학령인구 감소로 텅 비어가는 캠퍼스를 은퇴자와 귀농·귀촌 희망자를 위한 ‘2모작 행복플랫폼 타운’으로 바꾼다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매년 40만∼50만 명이 귀농·귀촌을 시도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땅과 집을 마련하는 데 수억 원이 들고, 의료·문화 인프라가 부족해 평균 5년을 버티지 못한다. 결국 많은 이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간다. 단순한 귀농·귀촌 지원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 국가 차원의 공동체적 대안이 필요하다.
해외는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 최초의 실버타운인 ‘캄퐁 애드미럴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5월 문을 연 캄퐁 애드미럴티는 주거와 의료, 상점과 공원을 한곳에 모아 노인의 자립 생활을 지원한다. 이곳은 10여 개 공공주택의 단지 한가운데에 만들어졌다. 노년층 부모와 결혼한 자녀 등 3세대가 가까이에 살며 ‘따로 또 같이’ 생활할 수 있다. 어르신의 외로움과 자녀 육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세대 통합형 지역사회다.
미국 플로리다의 ‘더 빌리지스’는 은퇴자 도시로 성장해 수십만 명이 활력과 소속감을 누린다. 일본 ‘후지사와 스마트타운’은 은퇴자와 청년이 함께 사는 에너지 자립형 도시다. 세 사례 모두 주거·의료·문화·일자리·공동체를 한 공간에 통합해 고립을 막고 삶의 질을 높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거 안정성뿐 아니라 거주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형 대안은 대학 캠퍼스다. 이미 강의실, 도서관, 체육관, 기숙사 등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어 토지비가 들지 않는다. 리모델링만으로도 쾌적한 주거단지를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테마형 특화 마을을 조성하면 경쟁력이 생긴다. 음악가 마을은 레슨과 공연, 미술가 마을은 갤러리와 체험 프로그램, 은퇴 공직자 마을은 교육과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 캠퍼스가 곧 학교이자 문화 클러스터가 되는 것이다. 국립대는 공공 자산으로, 사립대는 국가 매입과 인센티브를 통해 전환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은 이 모델을 강화한다. 웨어러블과 원격 진료로 입주자의 건강을 상시 관리하고, 데이터 기반 예방 시스템을 도입하면 치료비보다 적은 비용으로 안전한 노후를 보장할 수 있다. 이는 감시가 아닌 존엄과 안전을 지키는 기술이 돼야 한다.
효과는 크다. 첫째, 은퇴자에게는 저렴한 집과 안정된 의료, 일과 문화가 결합된 노후를 제공한다. 둘째, 지역에는 공연장, 체육관, 갤러리를 개방해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 활력을 만든다. 셋째, 수도권 집중을 완화한다.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면 지역 균형 발전의 동력이 된다.
진정한 행복은 일이 있고, 집이 안정되며, 교육과 의료가 보장되고, 문화가 풍요로운 삶이다. 강원 속초시 동우대와 양양시 관동대 같은 곳에서 작은 실험이 시작된다면 은퇴자에게는 제2의 청춘을, 지역에는 활력을, 국가에는 균형 발전을 선물할 수 있다.
인생 2모작의 꽃이 캠퍼스에서 다시 피어날 때, 한국은 고령사회의 위기를 기회의 무대로 바꿀 수 있다. 또 세계가 주목하는 행복공화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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