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월 29일 확정한 2026년도 예산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문은 35조3000억 원에 이르는 연구개발(R&D) 예산이다. 올해보다 19.3%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인 R&D 예산은 ‘기술 주도 성장’이라는 새 정부의 성장 전략을 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3배 이상 늘어 10조1000억 원에 달한다. AI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 경제에 숨통을 틔우고, 국가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높여 나가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새 정부의 기술 주도 성장 전략에 발맞춰, 해양수산 분야도 혁신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였다. 내년도 해양수산 분야 R&D 예산은 9367억 원으로 올해보다 13.8% 증가했다.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은 AI 관련 예산이다. 올해보다 141%나 증가한 798억 원으로 책정된 AI R&D 예산은 해양수산 분야의 AI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 예산은 해양 데이터 축적, 자율운항선박(MASS) 개발, 스마트 수산 시스템 구축 등 우리 해양수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토대가 될 것이다. 또한 데이터와 AI를 접목한 해양수산 기술은 수산업의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기후 변화와 자원관리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AI와 디지털 혁명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사업은 MASS다. MASS는 AI와 센서를 통해 사람의 개입 없이 항해하는 선박으로 해상물류 패러다임을 바꿀 차세대 기술로 평가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32년 1월 ‘자율운항선박 국제표준(MASS Code)’ 발효를 준비하고 있어, 선박의 디지털화와 지능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도 2030년까지 MASS의 핵심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31년부터 실증 운항을 시작할 수 있도록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MASS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는 물론이고 해상물류체계 효율화, 물류비 절감, 해상안전 강화까지 도모해 나가고자 한다.
해양수산 R&D 예산 1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R&D 투자 확대를 넘어 미래 산업과 시장을 선도하는 ‘진짜 성장’이다. 해양수산 R&D를 통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 가야 한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수년 전부터 MASS, 스마트 양식 등 해양수산 AI 관련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이 될 핵심기술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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