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준일]거대여당 3대 개혁 속도전… 국회개혁 논의는 왜 더디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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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정치부 기자
김준일 정치부 기자
1948년 8월 정부 수립과 함께 설치된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추석 전 귀성길 라디오에서 검찰개혁 결과를 들을 수 있게 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공언대로 검찰청 폐지는 추석 전 입법 시간표에 맞춰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충분한 토론이 먼저”라는 신중 의견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독점권 남용을 단죄해야 한다는 여당 지도부의 강경한 목소리에 힘을 받지 못했다.

검찰개혁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이제 3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사법개혁 관련법과 가짜정보 근절 관련법은 11월경 처리를 예상한다”고 했다.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는 정청래 대표의 발언에선 “권력에도 서열이 있다”는 여권 기류가 읽힌다.

정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검찰, 법원, 언론을 향해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며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했다. 진영에 따라 3대 개혁의 정치적 목적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지만 개혁에 뜻을 같이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3대 개혁을 강조하는 측은 전가의 보도처럼 ‘국민의 뜻’을 내세운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득 드는 의문 한 가지. 국민의 뜻을 따르자면 무소불위 권력 정상화를 위한 개혁에 국회 개혁도 포함해 ‘4대 개혁’이 돼야 하지 않나.

통계청(국가데이터처 전신)은 해마다 ‘한국의 사회지표’라는 국가승인 통계에서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발표한다. 2024년 국회 신뢰도는 26%로 국가기관 중 전체 꼴찌였다. 개혁조차 불가능하다며 해체시켜 버린 검찰(43%)보다 낮았다. 법원은 46.1%였다. 국회는 2023년에도, 2022년에도 꼴찌였다.

사실 국회는 201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줄곧 꼴찌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신뢰도에는 지나치게 많은 특권, 자기 진영 논리만 섬기는 그들만의 싸움, 민생보다 우선하는 당리당략에 대한 반감이 반영돼 있다.

민심이 이러니 이전 국회는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면 눈치를 살피며 ‘셀프 개혁’부터 강조했다. 20대 국회에선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자동 상정, 의원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등의 ‘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을 통과시켰다. 21대 국회는 상시국회 도입과 국회의원들의 회의 출석률을 공개하는 내용의 ‘일하는 국회법’을 처리했다. 모두 임기 시작 1년 안에 입법이 이뤄졌다.

실효성과 완성도 논란은 여전하고 이들 법안이 국회를 크게 바꾸진 못했다. 그래도 국회의원들이 민심 눈치를 보고,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는 보냈다.

마침 3대 개혁에 진심인 민주당은 22대 총선 당시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원칙, 징계 시 벌금제 신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상설화 등을 공약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국회의원 국민 소환제 도입을 공약집에 담았다.

국민들은 국회 개혁에 박수칠 준비가 돼 있다. 관련 법안들도 이미 발의돼 있다. 온 세상의 비정상을 바로잡겠다는 거대여당이 지금의 속도전처럼 국회 개혁 입법에도 나서면 3대 개혁을 향한 진정성 의심은 사라지지 않겠나.

#검찰개혁#사법부#3권분립#국회개혁#국민신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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