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 2위 고용주 아마존이 인원 감축에 돌입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을 더 많이 활용하는 대신 불필요한 인력을 쳐내기로 한 것이다. 한국에선 최근 LG유플러스가 3년 만에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기업들로선 현실로 닥쳐온 ‘AI 혁명’에 적응하기 위한 치열한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기술 급변의 시대에 다시 사회로 내던져진 중년 세대에겐 가혹한 시련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본사 직원 35만 명 중 최대 3만 명 정도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7년까지 미국 내 신규 인력 16만 명을 자동화로 대체할 수 있고, 이는 상품 1개를 판매할 때 약 30센트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낼 것’이란 아마존의 내부 문서가 얼마 전 유출돼 공개된 적이 있다. 그래서 대량 해고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내부 문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전체 사업 운영의 75%를 자동화할 계획이다. 2033년까지 상품 판매량을 2배로 늘리면서도, 자동화를 통해 60만 명의 추가 고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도 9000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감원의 주요 타깃은 40, 50대 중간 관리자였다.
▷LG유플러스는 3분기 중 전체 인력의 5.7%에 해당하는 600여 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구조조정했다. 다수는 50대 과장급으로, 1인당 최대 4억∼5억 원대의 위로금을 받았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나이여서 퇴사 후 학자금을 지원하는 조건도 붙었다. 업계에선 “사상 최대의 퇴직 지원금”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급격한 AI 전환으로 재취업도 어려운 시대에 ‘따뜻한 이불’ 밖으로 나가야 하는 퇴사자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KT는 작년 말부터 1조 원을 들여 2800여 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고, 1700명을 자회사로 전출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도 올해 2000명 정도가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다. 은행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인 50대 중반 퇴사자가 제일 많다. 모두 세대교체 없이 적체된 고령 인력을 유지하면서 AI 시대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노동계와 정부 여당이 법정 정년 65세 연장의 군불을 때는 것도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이유다.
▷조용히 진행되는 희망퇴직, 찬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대기업 인사 시즌의 영향일까. 기업의 줄도산으로 퇴직자가 쏟아지던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배경인 드라마 ‘태풍상사’가 세간의 화제라고 한다. 증시에는 열풍을 불어넣는 AI가 고용시장엔 초유의 한파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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