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열린 양해각서 및 계약 교환식이 끝난 뒤 서로 먼저 갈 것을 권하고 잇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국 외교 일정이 한미, 한일에 이어 1일 한중 정상회담으로 마무리됐다.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담에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전략적 소통은 양국 현안이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한다는 뜻이다. 두 정상은 이를 통해 양국 관계를 호혜적, 안정적으로 발전시키자는 데 공감했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중국과 대립하지 않겠다는 실용외교가 첫 시험대를 통과한 셈이다.
2016년 사드 갈등 이후 한중 관계는 줄곧 내리막이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그간 끊겼던 고위급 소통 채널 정례화에 합의하고, 70조 원 규모의 한중 통화 스와프 연장 등 실질적 경제 협력의 진전에 중점을 뒀다. 한한령, 중국의 서해 구조물에 대해서도 실무 협의로 문제를 풀자고 공감했다고 한다. 이들 현안은 한국의 반중 감정을 자극해 협력의 걸림돌이 돼 왔다. 이번 회담으로 양국 관계 복원의 토대를 마련한 만큼 최대한 빨리 실질적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추진이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른 건 향후 한중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 주석이 핵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자 이 대통령이 방어적 성격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핵잠은 미국의 대중국 군사 압박 동참이 아니라 대북 억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득해 나가야 사드 사태처럼 불필요한 갈등으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 비핵화 구상을 소개하고 대북 대화 재개에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중국 정부가 발표한 회담 결과에선 빠졌다. 미국에 대항하려 북한과 밀착하려는 중국으로선 회담 직전 “비핵화는 개꿈”이라는 엄포를 내놓은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북-미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북한을 설득해야 할 중국이 지금처럼 소극적이면 이 대통령의 비핵화 목표도 난관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동시에, 산업 구조 면에서는 어떤 부분은 경쟁하고 어떤 부분은 협력하는 관계다. 10년 가까이 이어온 냉랭한 관계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 또한 동맹으로서 미국의 중국 견제에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유연하되 흔들리지 않는 외교 좌표를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 앞에선 미국 편, 중국 앞에선 중국 편을 드는 식의 임기응변을 벗어나 양국을 함께 설득할 힘과 명분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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