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및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채 상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13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과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본격화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킬 목적으로 호주 대사에 임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은 지난해 1월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을 위한 외교부의 공관장 자격심사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당시 공관장 자격심사위원회에 서명한 심사위원들 일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격심사위에 참여한 총 8명 중 여러 명을 이미 조사했다”고 부연했다. 특검은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당시 심사위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권 모 외교부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실장급)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공관장 자격심사위는 9명으로 구성된다. 외교부 1차관이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며, 공관장을 역임했던 국장급 인사 5명과 인사혁신처·행정안전부·법제처 관계자 총 3명도 회의에 참석한다.
이 가운데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심사위가 열리며, 출석 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적격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에 대한 심사위가 대면 회의 없이 이미 정해진 결론에 서명만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 특검보는 “단순히 서면으로 (심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보는 것은 아니고, 이례적으로 급하게 (임명 절차가) 진행된 측면이 있어 당시 심사 절차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2023년 12월 8일 이 전 장관에게 호주 대사 내정 사실을 알리고 인사 검증 절차를 시작한다고 통보했다. 공교롭게도 당일은 법무부가 공수처의 신청에 따라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한 날이다.
공관장 자격심사위는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024년 1월 16일 이 전 장관을 ‘적격’으로 결정했다. 같은 해 3월 4일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였음에도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조치에 이의신청을 하자 법무부는 같은 달 8일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이틀 뒤인 10일 호주로 출국했으나 국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11일 만에 귀국했고 같은 달 29일 대사직에서 사임했다.
특검은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 전날인 2023년 12월 7일 호주 대사 임명 절차를 준비하라고 외교부에 전화했다는 진술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부터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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