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한 줄’ 국무회의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점심으로 김밥을 먹으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장관들이 다수 참석한 이날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하는 대리인”이라고 강조했다. 국무회의는 3시간 40분간 진행됐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의 빠른 이전 추진을 지시했다. 취임 이튿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선 공약인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강조하며 취임 초부터 핵심 공약들을 속도감 있게 이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현안 청취 과정에서 해수부의 빠른 이전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부산의 해양 수도화를 위해 해수부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공약했다.
강 대변인은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진행 과정과 연구개발(R&D) 현황들이 논의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이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나기를 해당 부처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해선 근로감독관의 인력 증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저로서도 아직 체제 정비가 명확해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 동안에도 우리 국민은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한다”며 “최대한 그 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직후엔 곧바로 안전치안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차도 사고 등을 언급하며 “앞으로는 중대 사건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원인을 분석해 막을 수 있었는데 부주의나 무관심 등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엄정하게 책임을 묻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尹정부 장관들과 국무회의… 李 “어색해도 공직자로최선 다해달라”
[이재명 시대] 취임 이틀만에 소집, 3시간40분 회의 李 “좀 웃으면서 합시다” 회의 시작… “행정 편의주의 벗어나야” 기강 잡아 근로감독관 증원 등 공약 이행 주문 오후엔 안전회의… “국민안전 1순위”, 이태원-오송 참사 등 거론 “엄정대응”
민방위복 입고 안전치안점검회의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실에서 열린 안전치안점검회의에 참석하면서 유정복 인천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가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며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차도 사고 등을 언급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여러분들 매우 어색할 수도 있고 그러긴 하지만, 우리 국민에게 위임받은 일을 하는 거니까 어쨌든 공직에 있는 그 기간만큼은 각자 해야 할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취임 이틀 만에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업무를 하는 대리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새 정부 장관 인선의 초기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전 정부의 장차관들에게 국정 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또 각 부처 장차관에게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 달라”고 당부하면서 공직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 김밥 먹으며 3시간 40분간 마라톤 회의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좀 어색하죠. 우리 좀 웃으면서 합시다”며 회의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의 말에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함께 웃었다. 이날 회의에는 전날 이 대통령이 임명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 등과 함께 이 부총리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들이 함께 자리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이 대통령 임기가 시작하면서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전 정부 국무위원들이 현 정부 인사들과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 분야 현안보고를 받았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의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구축사업과 연구개발(R&D) 현황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길 해당 부처에 요구했다”고 강유정 대변인이 전했다.
국토부에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의 빠른 준비를 지시했고, 공정위에는 근로감독관 인력 증원을 위한 현황 파악과 대책을, 농식품부에는 농식품 물가 안정 대책을 주문했다. AI와 해수부 부산 이전, 근로감독관 증원 등 대선 기간 제시한 공약들의 빠른 이행을 주문한 것이다. 취임 둘째 날 열린 국무회의가 사실상 업무보고처럼 진행되면서 오전 10시에 시작돼 3시간 40분간 마라톤 회의로 이어졌다. 강 비서실장은 기자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김밥 한 줄 놓고 물 한 잔 먹으면서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 “공무원 무관심, 부주의 안 돼”, 공직 기강 잡기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가 끝난 뒤 오후 2시부터 1시간가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실에서 안전치안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제일 먼저 챙겨야 할 게 국민의 안전”이라며 “국민이 국가 또는 관련 공무원들의 무관심, 부주의, 이런 것들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특히 집단 참사를 겪거나 그런 일은 절대 생기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조금 신경 쓰면 피할 수 있는 재난 재해 사고들도 꽤 많다”며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차도 참사 등을 거론했다. 이어 “예측되는 사고 또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앞으로 엄정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4일에도 ‘1호 행정명령’으로 신설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2시간 20분간 주재했다. 이 회의에선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한미 통상 협의 진행 상황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을 소집해 잇따라 장시간 회의를 주재한 것은 장기간 이어진 국정 공백으로 느슨해진 공직 기강을 직접 다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통령실에 근무했던 공무원들의 복귀도 지시했다. 강 대변인은 “8일에는 강 비서실장이 직원 조회를 통해 업무 관련 사항에 대해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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