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통일부의 명칭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진영과 성향을 가리지 않고 엇갈리는 상황이다.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과제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북한연구학회 하계학술회의가 열렸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일을 ‘당위’가 아닌 ‘선택 가능한 미래’로 재설정하고 통일부의 명칭 역시 ‘한반도관계부’(가칭) 등으로 변경함으로써 민족이 아닌 관계 중심의 정책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에서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하고 기존의 대남 및 통일 관련 정책을 폐기함에 따라, 우리 역시 ‘통일’이 아닌 ‘두 체제의 공존’을 추구해야 하며, 이에 따라 통일부의 명칭 변경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단순한 담론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규정하는 전략적 선언”이라면서 “이제는 ‘대북정책’이란 단어와 ‘남북관계’란 표현도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일부의 명칭 전환과 더불어 전략정책국 설치, 외교부 내 한반도전략실 신설, 국회 외통위 내 남북관계 독립 정책 검토기구 설립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서 정 후보자는 지난 24일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서 취재진과 만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토대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통일부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통일부의 성격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일각에서는 ‘통일’에 거부감이 있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 차원의 움직임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통일부의 명칭 변경이 남북관계 발전에 별다른 실효성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름이 바뀐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통일이 사명이라면 북한이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입장에선 남한의 헌법에 통일이 명시돼 있는 한 통일부의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이를 ‘변화’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민족으로서의 동질성까지 부정한 북한이 이재명 정부 임기 내 ‘두 국가론’을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일단은 북한이 ‘두 국가론’에 붙이고 있는 ‘적대적’이라는 말을 뗄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평화적 남북관계의 복원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발신하면서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의 도움을 받는 등 연락채널 복원과 대화 재개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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