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자기 정치 없다’ SNS에 반박 글
대통령실 “정치중립 의무 거듭 위반”
민주당 “尹 홍위병 노릇… 사퇴해야”
李 “배제 아쉬워” 사퇴 요구 일축
대통령실이 9일 국무회의 배석자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사진)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이 이날 소셜미디어에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 발언권을 가진다”며 전날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을 제지한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에 대한 반기를 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고발된 이 위원장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 위원장을 향해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 이 대통령, 이진숙 위원장 국무회의 배제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자기 정치는 없다’는 제목의 1500자 분량의 글을 올렸다. 그는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니며 방송3법과 관련한 방통위의 ‘의견’을 물었다고 설명했는데, 지시한 것과 의견을 물은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방송3법과 관련해 “이 대통령으로부터 방통위의 자체 안을 만들어 보라는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통령실이 “지시라기보다는 의견을 물어본 쪽에 가까웠다”며 “비공개 회의를 왜곡해 개인 정치에 활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자 이 위원장이 재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선 이 위원장이 “한 말씀 드리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발언 그만하세요. 발언하지 마시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오후 잇달아 브리핑을 열고 공개 반기를 든 이 위원장을 비판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지시’와 ‘의견 개진’이 헷갈린다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후에 곧바로 이 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제 방침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오전에 직접 이 대통령에게 이 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국무회의 의장인 이 대통령이 배제 결정을 내렸다.
특히 대통령실은 전날 감사원이 이 위원장이 보수 성향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주의 처분을 내린 것을 거론하며 “그럼에도 방통위원장이 개인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올려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 행위를 거듭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 중립의무를 명시한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하고 있다고 규정한 것.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 위원장의 거취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무회의 내용을 누설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음에도 계속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與 “즉각 사퇴해야” vs 이진숙 “임기는 내년 8월까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에 4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 위원장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요구했다. 전날 감사원의 이 위원장에 대한 주의 처분 결과를 경찰에 추가 증거로 제출하며 수사를 압박한 것. 이 위원장을 향한 사퇴 요구도 이어졌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자격이 없다”고 했고, 이언주 최고위원은 “아직도 윤석열의 홍위병 노릇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이 위원장의 거취를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법에 따르면 방통위원이 방통위법이나 다른 법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면직할 수 있다. 또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은 면직이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는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당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방통위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며 면직 처리했다.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직무상 의무 위반 시 임기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행법상 제 임기는 내년 8월 24일까지”라며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국무회의 배제 결정에 대해 “중요한 안건을 의결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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