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4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없는 잘못을 억지로 만들어내거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업적을 훼손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책감사, 수사 이런 명목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을 괴롭혀서 의욕을 꺾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적극 행정을 발목 잡는 ‘감사 공포증’, ‘직권남용 수사 남용’의 폐단을 지적하며 “요즘은 ‘복지부동’이 아니라 ‘낙지부동’이다. 붙어서 아예 떨어지지 않는다”며 “악순환을 단절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회의 직후 ‘공직사회 활력제고’ 브리핑을 열고 정책감사 폐지, 직권남용죄 신중 수사, 현장 공무원 처우 개선, 당직제도 전면 개편, 포상 확대 등을 100일 이내에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24/뉴스1
● ‘코드·표적 감사’ 비판 받은 정책감사 폐지
강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도한 정책감사의 폐단을 차단하고 적극 행정을 활성화하겠다”며 “그동안 정부가 교체되고 나면 이전 정부 정책에 대한 과도한 감사와 수사로 공직사회가 위축되고 경직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4일 5급 신입 사무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정책이 실패하면 ‘너 왜 이렇게 결정했어’라고 책임을 묻는 이상한 풍토가 생겼다”며 사후적 책임을 묻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정권 교체기마다 ‘보복성 정치 감사’ 논란에 휩싸인 감사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감사는 감사원이 정부와 공공기관이 시행한 정책을 살펴보는 제도다.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 감사에, 문재인 정부 당시 4대강 사업 정책 감사에 착수하면서 ‘전 정부 때리기’에 정책감사가 악용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지난해 발표한 ‘경기도 정기감사’에선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경기도가 지역화폐와 남북교류사업 시행 과정에서 지원금이 횡령된 것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전임 시장, 지사 시절 정책적 판단의 책임을 공무원에게 물을 때 얼마나 위축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감사 폐지가 자칫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도 면책권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책적 판단이 옳았느냐, 그르냐에 대한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는 없을 것”이라며 “예산이나 부패 문제는 당연히 감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2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봉욱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감사원 감사 사무에 관한 규정에 정책감사가 있는데 제도적으로 어떻게 고칠 것인지 감사원과 유관 기관들과 협의가 될 예정”이라고 했다.
● ‘고무줄 잣대’ 직권남용죄 기준도 강화
대통령실은 또 직권남용죄가 과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국회와 법무부, 법제처와 협의해 형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선 직권남용죄 규정이 지나치게 자의적이어서 정치보복 수사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형법 제123조에는 직권남용에 대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때’로 규정하고 있다.
봉 수석은 “직권남용죄의 구성 요건이 상당히 포괄적으로 돼 있다”며 “외국의 입법 예를 다 검토해서 직권남용죄가 잘못 남용되지 않도록, 가능하면 구성 요건을 명확하게 하고 또 남용될 여지를 줄이는 쪽으로 입법 조치까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공무원 처우 개선, 포상과 승진 확대 방안과 함께 공무원의 부패, 인권 침해 등 비위 행위에 대한 조치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허위, 부실 및 조작 보고가 상황 판단을 오인하고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며 “순간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공직 사회의 거짓 보고가 오히려 위험을 더 높인다”고 강하게 질책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일선 검찰에서 민생사건의 처리가 늦어져 시민이 불편을 겪는 일이 없는지 자세히 검토해달라”고도 지시했다. 검찰의 사건 적체율과 이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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