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7.29.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고질적인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29일 질타했다.
그러면서 징벌적 배상 도입, 고액 과징금, 대출 제한, 건설 면허 취소 등 강경책을 여럿 언급하며 각 부처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 사고가 나면) 여러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 연달아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점을 언급하며 “‘죽어도 어쩔 수 없지’ 이런 생각을 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서 정말로 참담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라는 회사에서 올해 들어 다섯 번째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돈 벌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것 아닌가. 어떻게 동일한 사업장에서 올해만 다섯 명이 일하다 죽을 수 있나”라고 했다.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 등에서는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망자, 부상자를 합쳐 총 5명이다.
이 대통령이 다섯 번째 산재 사망사고라고 한 부분은 부상자를 사망자로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사람이 사업자를 위해 일을 하다 죽는 것에 대한 감각이 없는 건지, 사람 목숨을 작업 도구로 여기는 것 아닌지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나와 내 가족이 귀한 것처럼 일하는 노동자들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남편이고, 아내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그룹이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발표한 데 대해서는 “늦었긴 했지만 다행”이라며 “말씀했으니 꼭 지키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도 사람”이라며 “안전이라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지 이걸 비용으로 생각해서 아껴야겠다 이러면 안 된다. 돈보다 생명이 귀중하다는 생각을 모든 사회 영역에서 모두가 되새겨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업안전 업무 담당 근로감독관의 단속 현황을 물으며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장관은 “직을 걸겠다”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상당 기간이 지나도 산재가 안 줄어들면 진짜로 직을 걸라”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중재법에 따라 처벌받아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끝나 실효성이 없다며 “똑같은, 상습적, 반복적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징벌적배상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액의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실제 예방하기 위해 나서지 않겠나”라며 “자본주의에선 이익과 손실 계산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김 장관은 “형사적 처벌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등 경제적 제재, 공공입찰 참가 제한하거나 영업정지 등을 병행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중대 사고 발생시 기업이 ESG(환경·사회·투명 경영)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고, 기업 평판을 은행 심사에 반영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아주 재미있는 것 같다”며 “산재 사망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 차례 공시해서 주가가 폭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대출 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당장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기준을 만들어서 대출과 투자에 불이익이 있는 게 상장회사들은 상당히 큰 타격이 있을 것 같다. 이런 경제적 제재를 실제로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산재 사고 전담 검사 체제를 제안하자 이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의 사망 위협을 감소하게 하는 게 기업의 이득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사고 발생 시 지출 대가가 더 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불법 하도급 제재 방안과 관련해서는 “법으로 정했으면 지키고,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그 법을 없애야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국토부와 협조하든지 가서 빌든지 술을 사든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력히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입찰 분야에서의 제재 방안과 관련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몇 번 걸리면 아예 정부 공사를 못하게, 중대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영업 허가를 취소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며 ”(사망사고가) 일정 정도 반복되면 계약을 못하게 하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인허가, 면허를 통째로 취소하는 것도 검토하라“고 했다.
국무회의를 마친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무회의를 통해 올해를 산재 사망 근절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노력할 것을 전 부처에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0대 경제강국, 5대 군사강국, 문화강국,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강국, 그러나 후진적인 산재로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망한다면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특히 고용부는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는 생각으로 임할 것을 요청드렸고, 고용부장관께서 산재를 줄이는 데 직을 걸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 진행된 중대재해 근절 대책을 주제로 한 심층 토의가 KTV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 대통령은 ”오늘부터 국민의 알 권리 확대와 투명한 국정 운영을 위해 국무회의를 공개했다“며 ”앞으로도 비공개가 불가피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국무회의 심층 토론이 생중계된 건 역대 정부 사상 처음”이라며 “이 대통령은 중대재해 근절 대책은 국민 모두에게 가감없이 알려야할 사안이라며 토론 과정을 여과없이 생중계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내용을 가급적 폭넓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일부에서 단계적 녹화와 부분 공개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국민에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날 심층토의 생중계는 1회성 조치”라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공개횟수와 범위 확대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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