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시한 D-1]
이재용, 반도체 투자 확대 제안 계획… 정의선, 트럼프 다시 만날 가능성
류진, 공화당 인사 네트워크 활용… 다른 총수들 추가 출국할 수도
李대통령, 협상단에 “당당히 임하라”… 국방비 증액 등 안보협상은 합의 가닥
이재용 이어 정의선도 워싱턴行 막바지 관세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까지 방미 행렬에 합류했다. 그동안 쌓아온 현지 네트워크 등을 총동원해 관세협상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일본 출장을 마친 후 귀국길의 이 회장(위쪽 사진)과 올 3월 미국 백악관에서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던 정 회장. 뉴스1·사진 출처 미국 백악관 ‘X’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다음 달 1일)를 하루 앞두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관세협상 최종안을 전달하면서 한미 통상 협상이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미국이 정부의 대미 투자 패키지 제안에 추가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는 기존 투자 패키지에 2차전지, 바이오 등 다른 주력 산업까지 포괄하는 2000억 달러(약 274조 원) ‘플러스알파(+α)’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 내겠다는 방침이다. 한미 최종 담판을 앞두고 재계 총수들도 잇따라 미국을 찾아 미국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관세협상 지원에 나섰다. 미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최대 경쟁자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의 협상 타결로 상호관세가 발효되는 다음 달 1일 전 합의가 타결되지 못하면 산업계 타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민관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 재계 주요 인사 워싱턴 총집결
30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으로 급히 출국했다.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틀 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 이어 한국의 재계 주요 인사들이 워싱턴에 집결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정 회장은 워싱턴에서 정부의 관세협상을 지원하면서 ‘발등의 불’인 자동차 품목관세(25%) 인하를 위해 미 행정부 인사들과도 접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올해 3월 210억 달러(약 29조 원) 대미 투자 계획 발표 당시 자신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일본과 EU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춘 만큼 한국이 관세협상 타결에 실패할 경우 현대차에는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자동차 관세 인하를 위해 대미 투자 규모를 기존보다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의 미국 방문은 정부 협상력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도 있지만 관세 인하가 절실한 만큼 직접 협상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이재용 회장이 29일 직접 방미한 것도 대통령실이 새로 대미 투자 패키지에 포함됐다고 밝힌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산업별 대미 카드를 마련하고 대응 전략을 현장에서 정부와 만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첨단 분야 기술 협력 등을 협상 카드로 제안할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는 미국의 품목관세 부과가 예고돼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정부가 관세협상에서 핵심 카드로 내건 조선업 협력 방안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먼저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20일 방미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 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힌다. 미국 정·재계, 특히 공화당 인사들과의 두꺼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가교 역할을 해 왔다. 경제계에 따르면 대미 투자와 관련해 다른 재계 총수들의 추가 출국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韓 최종안 제시, 트럼프 결단 남아
정부는 미국에 대미(對美) 투자와 농산물 시장 개방 등을 포함한 최종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미 투자 패키지에 조선업과 반도체, 무기 구입에 이어 2차전지, 바이오 등 트럼프 행정부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대표적인 전략산업들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 스코틀랜드를 방문하고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의 보고를 받고 한국의 상호관세율 인하 등 관세협상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안팎에선 미국 시간으로 이르면 30, 31일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베선트 장관과 회담에 나설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우리 협상단과의 화상회의에서 “어려운 협의인 것은 알지만 당당한 자세로 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대미 투자 규모를 4000억 달러(약 553조 원) 수준으로 제시하며 미국산 쌀 추가 수입, 소고기 월령 제한 폐지 등 비관세장벽 분야에서 한국의 더 큰 양보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총리는 29일 2시간 동안 러트닉 장관과 통상 협의를 갖고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제시했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협상과 함께 진행되는 안보협상에선 한미가 합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직접 비용과 안보 관련 간접 비용으로 구성된 우리 정부의 국방비 증액 계획 등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접점을 찾아가는 괜찮은 분위기”라며 “우리 역량을 확대하는 흐름에 맞춰 대북 역량 확충, 장병 처우 개선, 연구개발(R&D)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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