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향해 ‘내란’ 26번 언급한 정청래, ‘협치’는 언급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9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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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9.9/뉴스1
“이번에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명심하십시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까지 내란당의 오명을 끌어안고 사시렵니까”라며 이같이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약 55분간의 연설에서 ‘내란’이라는 단어를 26번 언급한 정 대표는 ‘협치’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정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에서 협치를 강조한 지 하루만에 야당을 향한 날선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여야 냉전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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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측 의석을 바라보며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다”라며 “권력을 사유화하고 분단을 악용하고 정의의 가면 뒤에서 저질렀던 악행을 청산하자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국민의힘 측에서 “언제까지 내란이냐”는 항의가 나왔지만, 정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란과 절연하라. 국민들에게 ‘우리가 잘못했다’고 진정어린 사과를 하라”라며 연설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즉각 “당신이 먼저 사과하라”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고 한 의원은 정 대표를 향해 “반미 테러리스트”라고 외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내란을 언급할 때마다 국민의힘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거나 국민의힘 쪽으로 손가락질을 해가며 발언을 이어갔다. 정 대표는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급기야 보수에게 비상계엄을 부추기고 극우와 손잡게 하고 있다”며 “완전한 내란 청산은 진정한 보수를 회복하고 도덕적으로 부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윤석열 정부는 외교 실패와 경제 ‘폭망’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며 “대 중국 무역 적자폭이 커지면서 2023년 상반기 무역수지가 전 세계 208개국 중 200위에 그쳤다. 109위를 기록한 북한만도 못한 성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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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이날 “개혁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개혁은 필요할 때, 그 순간에 이뤄내야 한다”며 검찰·언론·사법 개혁 관련 법안 추진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검찰과 관련해선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했다.

법원을 겨냥해선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개입 의혹도 있었고 피고인 윤석열의 재판은 침대축구처럼 느리다”며 “사법제도의 개혁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관 증원은 반대할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나서서 예산과 인원을 늘려주겠다는데도 반대하는 조직은 처음 본다”고 비꼬았다. 언론과 관련해선 “‘가짜정보 근절법’,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특검 파견 검사 숫자를 늘리고 수사 기한을 연장하는 이른바 ‘3대 특검법’ 개정안의 처리도 강조했다. 정 대표는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해 무너진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다수결로 강행 처리한 데 이어 법안을 11일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 대표는 “내란 전담 재판부를 만들라는 여론이 높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최근 국회와 법원, 대한변협이 각각 판사 3명씩 추천해 내란 사건 영장전담법관과 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한 상태다.

정 대표가 연설하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40여 차례 박수가 나온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연설을 마친 정 대표를 기립박수로 배웅할 때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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