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선하면 ‘절대권력’ 쥐고 尹 거부했던 정책들 속도 낼 듯

  • 주간동아
  • 입력 2025년 5월 31일 0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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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선 ‘총통독재’ 우려… 대미 협상엔 “관세 유예 연장 신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월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에서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월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에서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6·3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민주화 이후 유례없는 여당 의석수를 확보하게 된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공조해 빠른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는 기대와 사법부까지 압박하는 폭주로 삼권분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사법부 압박 시 삼권분립 흔들릴 수도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0석으로 범진보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 등을 합하면 187석이 된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152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한 18대 대선을 제외하면 ‘여대야소’ 꽃길을 걸은 대통령은 없었다.

범여권 187석을 확보한 ‘이재명 정부’에서는 입법 추진이 숨 가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180석을 확보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가능하고,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없이도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 보여준 특유의 빠른 추진력으로 주요 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 25만 원 민생회복지원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도 재발의돼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학회와 시민단체 등에 부여하는 방송3법은 재발의된 상태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하면 반드시 헌정질서를 뒤흔들어 본인의 생존을 도모할 것이다. 김문수 후보로 이재명 범죄 세력의 총통독재를 막고 나라의 혼란을 막아달라.”

국민의힘 의원들이 5월 28일 이 후보를 겨냥해 발표한 호소문 내용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법부 압박 역시 가속화할 수 있다.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후보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자 민주당은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켰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포함해 5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막기 위한 법안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가 권력을 가지면 재판을 막으려 할 것”이라며 “삼권분립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대법관 인원을 30명, 100명으로 늘리거나, 비(非)법조인도 대법관이 될 수 있게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사법 해체 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이 된 이 후보가 공석인 2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는 각각 진보 4, 중도 2, 보수 3명으로 진보 우위가 된다. 이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정책 2순위 파트에 검찰·사법 개혁을 포함시켰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정원 확대를 비롯해 수사·기소를 분리하고 검사 징계 파면 제도를 도입해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도 민심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후보는 5월 25일 첫 기자회견에서 “그 문제에 매달릴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며 속도 조절론을 꺼내 들었다. 이 후보는 이날 첫 정책 추진 사항으로 경제를 강조하며 “대통령에 당선하면 가장 먼저 ‘비상경제대응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직접 지휘하겠다”고 선언했다. 즉시 실행 가능한 민생경제 대책을 마련하고 내수 침체에 적극 대응하고자 효율적인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추가경정예산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 당선까지 과정에서는 표 결집을 위해 무리한 시도를 할 수도 있지만 국민 통합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대통령은 지지자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입법부 힘을 등에 업는 만큼 야당과 협의를 통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미 협상 원칙은 ‘상호주의’
‘이재명 대통령’의 첫 심판대는 관세 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상호관세(25%) 유예 마감 기한은 7월 8일이다.

이 후보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 1차 TV 토론에서 “(미국이) 지금 부과한 관세를 100% 그대로 유지하긴 어려울 테고 협상 여지가 있을 것이라 본다”며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유예 기간 연장을 요청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 선대위가 제시한 한미 통상 협상 원칙은 ‘상호주의’와 ‘선택적 양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관세율을 최대한 줄이려면 우리도 비관세 영역에서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LNG(액화천연가스), 농축산물 등 비관세 장벽 조정을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예 기간 연장이 받아들여지면 타국 관세 협상을 관망하는 등 최적의 상황이 되겠지만, 미국이 유예 연장 요청 자체를 협상 조건 중 하나로 인식해 협상 과정에서 세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 후보 입장에서는 새 정권 구성 시 외교 전략이 달라질 것을 감안해 우선 유예를 요청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타국과의 협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여지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91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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