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6.10/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형사소송법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쟁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지 않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대통령실 의견이 현 원내지도부에 전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달 13일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선출되는 새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법안을 다시 논의하겠단 방침이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9일) 오후 늦게 원내지도부 회의와 대통령실과의 조율, 각 상임위원회 의견 청취를 거친 결과 12일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며 “여러 가지 법안들도 일단 이번 주에는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는 마당에 어려운 과제들을 마무리 짓고 가는 게 맞는지, 새 지도부에서 총괄 검토해서 하는 게 맞는지 논의하다 결국 새 지도부에서 스크린(검토)해보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당초 민주당은 12일 본회의에서 사법개혁 일환으로 형사소송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대통령 재판 중지’를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이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인 5건의 형사재판은 모두 임기 이후로 미뤄진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9일 “박찬대 원내대표와 회의하며 ‘재판 중지법’을 12일에 통과시킨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공개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이 이 대통령의 재판을 사실상 줄줄이 중단하면서 당 내에서도 해당 법안 처리를 무리하게 속도내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8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은 9일 서울고법이 기일을 변경하고 추후지정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대통령 퇴임 이후로 미뤄졌다. 이달 24일로 예정됐던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공판도 같은 방식으로 미뤄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노 원내대변인은 “법원에서 기일을 연기한 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한 게 아니고, 우리 법치주의의 불완전성과 무리한 해석의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인식을 고려하면 개정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이를 감안해 새 원내지도부가 판단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민주당은 12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상법개정안과 ‘방송 3법’을 처리하기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을 현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처리한다는 목표였다.
민주당이 해당 법안들에 대한 처리 시점을 일단 미루기로 한 배경엔 정권 초 야당과 협치를 강조하고 민생 우선 기조를 앞세운 이 대통령의 뜻이 작용했단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쟁점 법안들을 단독 처리하는 모습이 정권 초 기조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전날(9일)까지만 해도 원내 지도부의 법안 처리 강행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 측에서 오후에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보내온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과 상의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실과의 상의가 없을 수 없다. 여러 의견들을 수렴해서 원내지도부가 최종 결정을 한 것”이라며 “민생 관련 법안들이 함께 처리되는 것이 대국민 메시지로서 좋지 않을까 하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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