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취임 후 첫 1호 법안으로 이른바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을 공포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대 특검법은 이날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곧바로 공포됐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특검 정국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대통령은 전 정부에서 이미 여러 차례 거부권이 행사된 특검법이라는 점에서 현재 내각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심의를 거쳤으며 이에 의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어 “지난 대선을 통해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바라는 국민 여러분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3대 특검법에는 파견 검사 120명이 투입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5개월 이내 사건들이 다 종료될 것”이라고 했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정부가 비상계엄으로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킨 혐의, 국회의 계엄 해제를 방해한 혐의, 무인기 평양 침투 등으로 북한 공격을 유도했다는 외환 유치 혐의 등 11개 혐의를 수사 대상으로 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수 의혹,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등 16개 혐의가 수사 대상이다. ‘채 상병 특검법’ 수사 대상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 김 여사 등이 포함됐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에게도 검사의 징계청구권을 부여하는 검사징계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다만 민주당은 12일로 추진했던 국회 본회의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이날 ‘대통령 재판 중지법’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방송 3법’ 등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與, 李 재판 중단에 입법 속도조절… 형소법-상법개정안 내일 처리 않기로
대통령실서 법안 강행 부담 의견 방송3법-대법관 증원도 일단 스톱 13일 선출 새 지도부서 논의 방침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6.10/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형사소송법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쟁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지 않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대통령실 의견이 현 원내지도부에 전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달 13일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선출되는 새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법안을 다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9일) 오후 늦게 원내지도부 회의와 대통령실과의 조율, 각 상임위원회 의견 청취를 거친 결과 12일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며 “여러 가지 법안도 일단 이번 주에는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는 마당에 어려운 과제들을 마무리짓고 가는 게 맞는지, 새 지도부에서 총괄 검토해서 하는 게 맞는지 논의하다가 결국 새 지도부에서 스크린(검토)해 보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당초 민주당은 12일 본회의에서 사법개혁 일환으로 형사소송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대통령 재판 중지’를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이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인 5건의 형사재판은 모두 임기 이후로 미뤄진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9일 “박찬대 원내대표와 회의하며 ‘재판 중지법’을 12일에 통과시킨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공개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이 이 대통령의 재판을 사실상 줄줄이 중단하면서 당내에서도 해당 법안 처리를 무리하게 속도 내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8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은 9일 서울고법이 기일을 변경하고 추후 지정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대통령 퇴임 이후로 미뤄졌다. 이달 24일로 예정됐던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공판도 같은 방식으로 미뤄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노 원내대변인은 “법원에서 기일을 연기한 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한 게 아니고, 우리 법치주의의 불완전성과 무리한 해석의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인식을 고려하면 개정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이를 감안해 새 원내지도부가 판단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민주당은 12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상법개정안과 ‘방송 3법’을 처리하기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을 현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민주당이 해당 법안들에 대한 처리 시점을 일단 미루기로 한 배경엔 정권 초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하고 민생 우선 기조를 앞세운 이 대통령의 뜻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쟁점 법안들을 단독 처리하는 모습이 정권 초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전날(9일)까지만 해도 원내지도부의 법안 처리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 측에서 오후에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보내온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과 상의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실과의 상의가 없을 수 없다.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원내지도부가 최종 결정을 한 것”이라며 “민생 관련 법안들이 함께 처리되는 것이 대국민 메시지로서 좋지 않을까 하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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