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모인 당정대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부동산 공급 대책 및 석유화학 구조조정 등 정책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민석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단순 실수나 오인에 따른 허위정보 유통까지 원천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한 것을 두고 위헌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법안 수정을 위해 국회 본회의 상정을 당초 예정했던 22일에서 23일로 하루 늦추기로 했다. 하지만 친여 성향 단체들까지 위헌성을 지적하며 법안 폐기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졸속 입법’이란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 與, 위헌 논란에 본회의 직전 ‘땜질 처방’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가급적 위헌과 관련된 논란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하는 미세 조정과 판단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이 가능한 허위조작정보에 단순 착오나 실수인 중과실에 따른 허위조작정보까지 포함시키려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개정안을 통과시킬 때 이를 제외한 바 있다.
하지만 법사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손해배상 대상이 되는 유통금지 허위정보 대상에 인격권·재산권·공익을 침해하는 허위정보를 모두 포함시켰다. 당초 과방위가 마련한 법안은 허위정보라는 걸 알면서도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고 생산된 정보로 배액배상 대상을 제한했지만 법사위가 이 같은 문구를 삭제한 것.
또 과방위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을 삭제했지만 법사위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을 부활시켰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폐지를 검토하도록 지시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을 일부 되살린 것.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도 당초 과방위에선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서 당사자가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전환해 적용 요건을 엄격히 하는 내용이 신설됐지만 법사위에선 빠졌다. 이에 대해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이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사위가 추가한 조항 중 일부를 빼고 수정안을 만들기로 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20일 공지를 통해 “정보통신망법 관련 단순오인·단순착오 및 실수로 생산된 허위정보를 원천적으로 유통 금지하는 경우 이미 헌법재판소로부터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어 이를 종합해 조율·조정한 뒤 수정안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앞서 허위사실을 유포했을 경우 형사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 친여 단체들도 “위헌적 개정안 폐기해야”
하지만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친여 성향 단체에서도 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국회는 위헌적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즉각 폐기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이제야 수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지만, 이것만으론 본질적인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위헌적 요소가 더해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도 처리된다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언론 보도를 포함한 표현물에 대해 온갖 소송전이 난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19일 “법사위 개정 과정에서 단순 허위정보도 유통 금지의 대상이 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법사위의 권한을 뛰어넘는 법 개악 시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호떡 뒤집듯 바뀌는 전 국민 입틀막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민주당이 결국 스스로 졸속·땜질입법임을 자인했다”며 “지금이라도 전 국민 입틀막법 상정을 즉각 철회하고 원점에서 야당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수정안을 만들기 위해 당초 22일로 정했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하루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22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먼저 상정되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거쳐 23일 처리된다. 곧바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상정과 필리버스터, 법안 처리가 이어지는 ‘필리버스터 정국’이 2박 3일간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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