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
토론회 발언 등 문제삼아 “수사”
민주는 25건, 국힘은 8건 공세
전문가 “정치권내 합리적 해결을”
6·3 대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이 막판까지 서로를 고발하는 ‘맞고발 난타전’을 이어 가고 있다. 상대 후보자의 TV토론회 발언 등에 대해 “낙선 목적의 허위 사실 유포”라며 맞고발하는 등 최근 한 달 고발 건수가 37건에 달했다. 하루에 한 건 이상 고발이 이어진 셈이다. 역대급 ‘진흙탕 대선’이란 평가 속에 고발전이 이어지면서 “거대 정당들이 정치의 사법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이재명 대선 후보가 확정된 뒤 이날까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등을 대상으로 25건을 고발했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관계자를 상대로 8건을 고발했다. 또 민주당이 최근 논란이 된 ‘젓가락 발언’ 등을 포함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 대해 4건을 고발하자, 개혁신당도 이날 무고죄로 맞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양당의 고발 건 중 절반 이상인 22건은 상대 후보자나 진영의 발언을 문제 삼아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수사를 요청한 사안이었다. 2차 TV토론회 이튿날인 24일 양당이 토론회에서의 상대 후보 발언이 거짓말이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김 후보가 “전광훈 목사가 감옥에 갔을 때 눈물을 흘렸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울먹이는 영상이 있다”며 고발했고,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과거) 댓글조작 측면에서 부정선거라고 한 거지 투개표를 조작했다는 차원은 아니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이 후보가 18대 대선 이후 페이스북에 ‘대대적 선거 개입에 개표 부정까지’라고 썼다”며 수사를 요청했다.
한쪽이 고발 카드를 꺼내자 다른 한쪽이 ‘맞고발’로 응수한 사례도 있었다. 민주당이 13일 김 후보가 과거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슈퍼챗’ 후원금을 받은 것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고발하자, 국민의힘은 사흘 뒤 이 후보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사건에 연루돼 있다며 같은 죄목으로 맞고발했다. 민주당은 18일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120원”이라는 이 후보의 발언을 “(카페 운영자를) 폭리를 취하는 장사꾼처럼 몰아갔다”고 비판한 국민의힘 김용태 비대위원장을 고발했는데, 국민의힘은 이튿날 이 후보를 무고 혐의 등으로 고발하면서 맞불을 놨다.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고발전은 격화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28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 아들이 어제 또 사고쳤대요”라고 발언한 것을 허위 사실이라며 고발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주변 사람들이 부정부패를 저질러 권력을 이용해 막아야 할 일이 없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허위라며 고발하고 나섰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법적인 선을 넘지 않도록 정치권 내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정치의 사법화’는 사법부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 ‘사법의 정치화’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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