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헌법 파괴 저지를 위한 현장 의원총회’에 참석해 나란히 서 있다. 2025.6.11/뉴스1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당내 갈등과 분열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당초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의원총회를 40분 전 돌연 취소했다. 권 원내대표가 당 혁신안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 관련 논의를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16일 이후로 미룬 것. 김 비대위원장은 “사전협의가 없었다”며 일방적인 취소에 유감을 표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연기와 관련해 오늘 오전 당 차원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한 만큼, 이에 대한 당의 대응과 메시지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의원총회를 취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9월 초까지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당무감사 등 김 비대위원장의 개혁안과 차기 지도체제 구성을 두고 의총에서 결론 없이 격론이 벌어질 상황을 우려해 의총을 취소했다는 것.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서울고법 앞에서 현장 의총을 열고 법원의 이 대통령 재판 연기를 규탄했다.
11일 오전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들이 서울고법 앞에서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싸우는 꼴, 더 보기 싫어서 안 열었다. 내일 아침 간담회를 열 테니 거기서 다 물어보라”고 말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비대위원장 임기가 이달 30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논의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를 새 원내지도부에 넘겨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비대위원장 측은 즉각 반발했다. 김 비대위원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선 의원 모임에서 전당대회 개최나 당 개혁안에 대해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자 의총을 취소한 것 아니냐”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도 “의총에서조차 개혁안 논의를 막는 당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 개혁 과제별 의원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의총은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원내대표가 소집해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의총이 취소되자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동참해달라는 제안을 의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오후에는 서울 영등포구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비공개 만찬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 당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당내에선 의총 취소 사태를 두고 김 비대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이 상처 없이 물러나는 기간은 새 원내대표 선출 전까지”라며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김 비대위원장은 더욱 힘이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 0